전기차 전략, 한중일 적극적 vs 미국 속도조절
자동차연구원 '캐즘' 대응 보고서
"완성차 업체별 전기차 전략 달라"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서로 다른 전기차 대응전략을 펴고 있다. 전동화 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데는 공감하지만 복합적인 전략을 통해 경쟁에서 우위에 선다는 구상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4일 내놓은 ‘배터리전기차(BEV) 수요 둔화 속 완성차사별 대응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지만 성장률은 2022년 이후 감소세다. 주요국의 경기 둔화와 전기차 보조금 축소·폐지, 충전 인프라 부족 등 이유는 다양하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전기차 시장의 경우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45%로 초고속 성장을 해 왔지만 지난해 성장률은 27%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다만 유럽연합(EU)이 2035년 이후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등 주요국이 탄소저감 정책을 펴는 데다 글로벌 완성차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전기차 공장 신설과 연구개발(R&D) 확대에 나서고 있어 전기차 판매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한국과 중국, 일본 및 유럽의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 투자 규모를 확대하거나 유지하는 기조라고 자동차연구원은 분석했다.
현대차는 8월 개최한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 전기차 200만대’라는 장기 판매목표를 재확인했다.
전기차 대중화 모델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전기차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다. 또 올해부터 2033년까지 120조5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를 포함한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로의 확장과 에너지 사업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완성차기업들은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수출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수출 대수가 2020년 19만대에서 지난해 158만대로 크게 늘자 미국과 EU 등 주요국들이 자국산업보호정책을 강화한 데 따른 전략이다.
전동화 전환에 미온적이었던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완성차 기업들도 전기차 투자를 확대하는 분위기다. 도요타는 미국 인디애나·켄터키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위해 총 27억달러(3조7000억원)의 투자확대 방침을 밝혔다. 혼다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110억달러(15조20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혼다는 2027년까지 중국시장을 겨냥한 현지 전략 모델도 선보일 예정이다.
유럽 완성차 기업들은 중국시장내 투자를 확대하거나 중국외 시장에서 전기차 생태계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 테슬라는 최근 실적 악화에 따라 투자 계획을 축소한 가운데 동남아를 중심으로 시장확대를 노리고 있다. 다만 내수 의존도가 높은 GM과 포드 등 미국 완성차 기업들은 픽업트럭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대형차종을 중심으로 전동화 전환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이지형 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완성차 기업별로 각기 다른 전기차 전환 접근 전략이 향후 자동차 생태계를 어떤 방식으로 재편하고, 글로벌 경쟁 구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