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낙관론은 정책목표에도 영향…전문가 “내년 불확실성 더 커져”
‘회복·양호’ 반복하는 정부 경기진단, 믿을만한가 ③
“경제는 심리, 정부는 낙관론 기댈 수밖에 없어”
반도체 중심 수출구조, 경제성장 한계 목소리 ↑
“내년 수출 낙관적이지 않아 … 내수 회복 관건”
내년 경기전망에 대해 시장과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둡다. 고물가·고금리가 이어진 탓에 내수여력이 고갈된 탓이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도 반도체 중심 수출구조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중동지역 긴장 확산과 미국 대선 결과,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등 대외변수 불확실성마저 쌓이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정부는 ‘괜찮다’고 강조하고 있다. 수출과 내수 모두 회복세에 있고 내년에는 좀 더 나아질 것이란 낙관론이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
4일 익명을 요구한 기재부 전직 고위관료는 “정부 경제전망의 고유한 특성이 반영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경제는 심리에 큰 영향을 받게 되고, 정부는 정책목표가 최우선 고려사항이어서 민간영역보다는 낙관적 경기전망을 해왔다”고 되돌아봤다. 하지만 이런 정부 낙관론이 긴축재정이나 재정지출 억제의 근거로 쓰이게 되면 상당한 부작용이 뒤따를 것이란 지적도 있다.
기획재정부 출신 조인철 의원(더불어민주당·광주 서구갑)은 “국내외 정세를 보면 올해와 내년까지 경기침체가 예상되는만큼 정부 재정이 이를 돌파할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내수 회복 얼마나? = 내년 우리 경제는 길었던 내수 부진에서 점차 벗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하지만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수 회복세에 한계가 예상되며 성장률 둔화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4일 통계청의 ‘2024년 9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지수·농림어업 제외)은 전월 보다 0.3% 감소했고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도 같은 기간 0.4% 줄었다.
건설업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고물가 속 소비 역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정세에 우리 경제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정부는 경제 성장률 전망을 재검토 중이다. 김귀범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미국 대선, 중동사태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경기 하방 위험 자체는 커졌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당초 정부 전망치보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하락할 수 있다는 판단인 셈이다. 실제 올해 한국경제는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쇼크’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미국 대선 결과도 큰 영향 = 11월5일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한국의 수출은 난관에 봉착할 것이란 관측이 높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대선 후 미·중 무역갈등 심화로 인한 한국경제의 타격 가능성을 경고했다. 일본은 자민당의 참패로 정국 불안이 지속될 전망이다. 10월 30일 현재 엔화 약세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예상치 못했던 변수다. 모든 경제 지표와 전망이 정부가 견지했던 낙관론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적어도 ‘대외변수’ 측면에서도 정부 기대와는 정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는 셈이다.
특히 미국 대선 결과는 한국 경제를 강타할 뇌관이 될 수 있다. 여론조사 분석에서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분석되는 트럼프는 거듭 ‘관세국가’를 천명하면서 보호무역주의를 공언했다.
JP모건은 “무역정책이 미국 대선의 세계 경제 충격 핵심 경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에 관세를 최대 60%까지 인상하고, 모든 수입품에 최소 10%의 일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역시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을 위한 수출통제와 투자제한 등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견제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올해 역대 최고 수준의 대미무역 흑자를 기록 중이어서 트럼프의 타깃이 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지난해가 역대 최대(444억달러)였다. 올해도 1~9월에 399억달러를 기록,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 미·중 관계가 악화된다는 점도 우리나라 수출에는 악재다. 중국 완제품의 대미 수출이 줄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나라에도 악영향을 준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는 “누가 되든 한국은 바빠질 것”이라며 “해리스가 당선되면 동상이몽 시대로 갈 것이고 트럼프가 되면 과감한 좌충우돌이 되어 유럽이든 한국이든 다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