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F1그랑프리 대회 유치 갈등 확산
타당성조사 용역 공고 '차일피일'
시민대책위 “1조원 시민혈세 낭비”
시, 내년 예산 10억원 책정 ‘강행’
인천시가 추진 중인 F1(표뮬러1) 그랑프리 대회 유치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인천시가 세계 10 대 도시 도약을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로 내세운 사업이지만, 타당성 조사를 위한 용역 절차부터 엇박자를 내고 있다. 혈세낭비를 우려하는 시민사회와의 갈등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4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시는 F1 대회 유치를 위한 사전타당성조사 용역 공고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추경에서 논란 끝에 용역사업비 5억원과 자문료 5000만원을 확보했지만 용역을 맡을 업체를 찾지 못해 4개월째 시간만 보내고 있다. 당초 구상은 8월 용역을 발주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 F1 대회 기본구상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타당성 용역이 늦어지면서 올해 안에 F1그룹 측과 인천 대회 유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려는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용역 지연으로 국회와 정부를 설득해 국비를 지원받겠다는 인천시 구상 또한 차질을 빚게 됐다. F1 대회는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행사로 꼽히지만 현재 국제경기대회 지원법의 지원 대상에서 빠져있다. 지원 대상은 올림픽·패럴림픽·월드컵·유니버시아드대회·아시안게임·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이다. F1 대회가 대상에 포함돼야 경기장 조성 비용과 대회 운영비 등에 최대 30%까지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시민사회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미 인천지역 시민단체 52곳이 모여 F1 개최 반대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과거 F1 대회를 유치했다 막대한 재정손실만 떠안고 개최권을 반납한 전남도 사례가 인천에서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시 전남도는 7년간 대회를 운영하려 했지만 이를 강행할 경우 약 1조2477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자 3년만에 개최권을 반납했다. 대책위는 인천시가 대회를 강행할 경우 예상되는 혈세 투입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인천시와 F1그룹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 태화홀딩스가 인천에 앞서 지난해 서울시와 부산시에도 대회 유치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안다”며 “이제라도 부실을 인정하고 혈세 낭비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는 인천도시축전과 인천아시안게임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재정위기를 맞았던 과거 상처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실제 인천시는 두개의 국제행사 유치로 재정파탄을 겪었다. 한때 행정안전부의 재정위기 ‘부채도시’라는 오명까지 써야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민사회 반발에도 불구하고 인천시는 여전히 사업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인천시 내부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시는 내년 예산안에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한 조사수수료 7억원과 법률자문료·홍보비 등 10억여원을 책정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사전 타당성조사 용역을 내 있게 추진하기 위해 복수의 해외 업체 및 민간기업과 실무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며 “용역을 위한 논의는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여서 조만간 시의회와 시민들에게 과정을 공개하고 동의를 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