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부코핀 사태…이복현 금감원장까지 직접 인도네시아로

2024-11-05 13:00:01 게재

KB측 “내년부터 흑자” … 전산시스템 구축 시급, 경영정상화 불투명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 협조 필요 … 국내 27개 금융회사, 인니 진출

KB국민은행이 인수한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현 KB뱅크) 부실이 심각한 것으로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이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국정 감사 이전부터 방문 일정이 정해져 있었다고 하지만, 이 원장은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장을 만나 부코핀은행 부실 문제와 관련해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 원장은 11일 베트남 방문 이후 홍콩에서 열리는 투자설명회(IR)에 참석할 예정이다. 당초 이 같은 일정이 잡혔지만 이후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 방문이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채 KB국민은행 부행장은 지난달 국감에서 “빠르게 노력해서 내년 흑자전환을 통해 우려를 해소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부코핀은행은 대출 심사 승인 과정, 대출 실행일과 만기일, 기준금리 이자 계산 방식 등을 모두 수기로 작성하고 있어서 거래 투명성이 낮은 상태다. 대출 원금을 갚지 못한 사람이 또 다른 명의로 대출을 여러 차례 받는 일이 발생해 숨은 부실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거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이 실패하면서 조속한 경영정상화 가능성은 불투명해졌다. 올해 1분기 중간재무보고서 미제출로 제재까지 받으면서 부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국내에서 주택담보대출 확대 등 이자 장사로 손쉽게 수익을 내고 인도네시아 부실은행 인수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며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 원장이 직접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는 것도 국민은행의 부실 판단과 경영정상화 계획을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국민은행은 2018년부터 부코핀은행에 3조1000억원을 투입했으며 1조50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본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국민은행이 부코핀은행 경영정상화를 위해 하루빨리 전산시스템을 구축, 비대면 서비스를 확대하고 점차 지점을 축소하는 등 구조조정을 통해 흑자전환을 모색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인 OJK의 협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전사시스템 구축과 지점 폐쇄 등은 OJK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이 원장은 마헨드라 시레가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장을 만나 부코핀은행과 관련한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원장과 마헨드라 청장은 지난해 2월과 5월 두 차례 만난 바 있다. 지난해 5월에는 OJK와 금감원이 ‘상호 직원파견 합의각서’를 체결했고 6월부터 각각 직원을 파견해 현재까지 인력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금감원이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 금융회사들이 OJK의 협조 없이 적극적으로 영업을 확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회사 인사의 승인권한까지 가진 OJK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조직이다.

지난해 6월말 기준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 금융회사는 27곳이며 32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카드·캐피탈 등 여신금융전문회사가 8곳으로 가장 많고 은행 7곳, 보험·증권사가 각각 6곳이 진출해있다.

지난해말 기준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 국가별 총자산 중 동남아 국가에서는 인도네시아가 148억7000만달러로 가장 많다.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비율을 보면 인도네시아가 11.18%로 해외 진출 국가 중에 가장 높다. 부코핀은행 부실이 크기 때문이다. 총자산 규모가 비슷한 베트남의 부실채권비율(0.75%)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국가별 당기순이익을 비교해도 인도네시아는 1억달러의 적자를 기록, 지난해 유일하게 적자가 발생한 국가다.

금감원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국내 금융회사들이 많이 진출한 곳으로 각 금융업권에서 OJK에 요청하는 사항들이 있다”며 “금감원이 OJK와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고 이복현 원장의 이번 방문은 부코핀은행 문제에만 국한돼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