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사무관 절반 가까이 ‘이직’ 희망
“박봉·보람없어” 이유
공공기관보다 민간 선호
신입 5급 사무관 절반 가까이가 이직을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유는 ‘낮은 보수’가 가장 컸고, 그 다음으로 ‘보람 없음’이 뒤를 이었다. 5급 사무관은 7·9급 등 다른 직급으로 들어온 공무원들보다 공공봉사 동기가 높았지만, 반대로 이직 때는 공공기관보다 민간기업이나 교직(연구직)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행정연구원은 4일 ‘2023년 공직생활실태조사’를 토대로 한 신입 사무관 이직 의도와 이유를 분석해 이같이 발표했다.
실제 최근 공직사회가 떠나고 싶은 직장이라는 인식은 최근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인사혁신처가 실시한 ‘공직생활실태조사’에서 ‘나는 기회가 된다면 이직할 의향이 있다’에 긍정(그렇다+매우 그렇다)으로 답한 공무원은 43%에 이른다. 2021년과 비교하면 무려 9.5%p 증가한 수치다. 특히 5급 사무관의 경우 이직 희망이 49.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5급 사무관들의 이직 의도도 눈여겨볼만하다. 5급은 6급 이하 신입 공무원에 비해 공공봉사동기 지표가 확연히 높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가 매우 중요하다’거나 ‘정책과정에 참여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 같은 공익적 동기가 높다는 의미다.
5급 사무관들은 직무스트레스 측면에서도 다른 직급과 차이를 보였다. ‘상급자의 모순된 요구·지시를 받는 경우’를 선택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책임범위 또는 우선순위가 불분명하다’거나 ‘업무와 책임이 과중하다’ 등을 선택한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처럼 공직 가치가 중요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입직한 5급 공무원 두명 중 한명이 이직을 생각하고 있고, 또 실제 이들 중 일부는 이직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특히 5급 사무관들은 6급 이하와 마찬가지로 ‘낮은 보수’(78.9%)를 첫번째 이직 이유로 꼽았지만, 그 뒤를 이어 ‘보람을 느끼지 못해서’(33.3%), ‘가치와 적성에 맞지 않아서’(15.89%)를 이직 이유로 선택했다. 보람과 가치·적성을 선택한 비율이 6급 이하에 비해 각각 7.4%p. 6.9%p 높았다.
5급 신입 사무관은 주로 공공기관 이직을 희망하는 6급 이하 신입공무원에 비해 민간기업으로의 이직(20.1%p)이나 교직(연구직)(16.9%p)으로의 이직을 희망하는 비율이 높았다. 공공봉사동기가 상대적으로 높은 5급 공무원들이 오히려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으로 이직을 희망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현상이다.
김경동 행정연구원 국정데이터조사센터 부연구위원은 “5급 공무원이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으로 이직을 희망하는 것은 정책과정에 참여하는 효능감이나 의사결정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에 대한 좌절감이나 실망감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급여 인상만으로는 공직에 대한 열망이 실망으로 변하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며 “직급별 차이를 반영한 맞춤형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