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행동

전력수급계획과 LNG수급

2024-11-06 13:00:02 게재

정부가 2년마다 수립하는 전력수급계획에는 수요전망, 전원구성(mix), 전력설비 건설, 온실가스 감축 등 정부의 전력정책이 집약되어 있다. 이중에서 원전 석탄 천연가스(LNG)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전원을 어떻게 구성하느냐 하는 것이 계획의 핵심을 이룬다. 전원구성이 전기요금 수급안정 안전 환경 등 전력정책이 추구하는 다양한 목표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1991년 이후 열다섯번 전력수급계획이 만들어졌고 그중 다섯번의 계획에서 전원구성(mix)에 커다란 변곡점이 있었다. 1995년, 2013년, 2017년, 2020년 그리고 2023년도 계획에서다. 1995년과 2013년도의 변화는 전력수급위기에서 비롯되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과잉투자 논란으로 발전소 건설은 축소된 가운데 경기호황 서울올림픽 등으로 전력수요가 빠르게 증가하자 1990년대 초 전력예비율이 한자리수로 떨어지는 전력수급위기가 닥쳤다. 이에 1995년 3차 장기전력수급계획에서 LNG발전 비중을 10%이상 늘렸다. 당시 발전소 입지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건설기간이 짧고 지역주민과 갈등이 적은 LNG발전은 최선의 선택지였기 때문이다.

한편 전력수요가 계속 예측치를 초과하면서 2010년을 전후해 또다시 수급위기가 발생했고 2011년 915정전사태까지 겹치면서 발전소를 충분히 지어야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 원전부품비리 등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2013년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원전건설을 유예하고 대신 석탄발전소를 대폭 확충하게 되었다.

30년 전력수급계획에 5번 변곡점 존재

2017년 이후에는 매번 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전원구성이 롤러코스터 타듯 요동쳤다. 전력수급상황은 2015년이후 계속 안정세를 유지해왔던 터라 이러한 변화는 과거와는 그 원인이 사뭇 달랐다. 여기에는 원전, 신재생을 둘러싼 진영화와 정치적 경쟁이 한 몫을 했다.

2017년 새롭게 들어선 문재인정부는 이전의 에너지정책이 안전과 환경을 경시했다면서 탈원전과 탈석탄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2017년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원전 비중은 10%이상 줄고 LNG발전은 10% 이상 늘어났다. 2020년 9차 계획에서는 석탄비중이 10% 줄고 LNG발전 비중은 또다시 10% 증가했다. 그 결과 이전 계획에 비해 원전 비중은 반토막 나고 LNG발전은 배가 되었다.

2022년 들어선 윤석열정부는 이전 정부에서 전문가 의견이 무시되고 환경에 지나치게 경도되었다고 하면서 원전 비중을 2017년 이전 수준인 30% 이상으로 확대하고 LNG발전은 대폭 쪼그라뜨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LNG 수급이다. 전력수급계획은 LNG 수급과 직결된다. 전력수급계획과 연동된 천연가스 수급계획을 바탕으로 가스공사가 LNG를 수입하기 때문이다.

LNG발전 비중을 1% 늘리기 위해서는 LNG 100만톤이 필요하다. LNG는 전량 수입하고 있는데다 영하 162℃ 상태라서 비축도 어렵다. 더욱이 장기계약이 대부분이라 계약을 맺더라도 4~5년이 지나야 국내로 들여올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LNG발전의 변동성이 심해지면 제때 LNG가 공급되지 않을 수 있다.

지난 몇년 간 전력수급계획에 따른 중장기 LNG 발전비중이 요동쳤다. 2017년 이전 10% 이하에서 2020년 23%까지 급격히 상승했고 2023년에는 또다시 9%대로 급강했다. 이에 따라 필요한 LNG물량이 1000만톤이상 늘고 줄기를 반복했다.

LNG가 제때 조달되지 못하면 블랙아웃을 초래할 수 있다. LNG발전이 전력의 피크수요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급격한 전원구성 변화가 위험한 이유

한편 LNG 수입가격이 오르면 전기요금과 난방요금도 함께 올라간다. 2021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로 국제 LNG가격이 치솟자 국내에는 난방요금 폭탄이 떨어졌고 요금을 올리지 못했던 한전과 가스공사는 대규모 적자에 직면한 바 있다.

값싸고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는 없다. 인공지능(AI)시대 도래, 데이터센터 구축 등으로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충당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원전과 신재생이 모두 필요하다. 그러나 원전은 늘리는 데 한계가 있으며 신재생도 간헐성과 변동성으로 완충 에너지가 필요하다. 결국 LNG발전이 이러한 부분을 메꾸면서 상당 부분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전력수급계획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계획에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용래 경희대 학술연구원교수 전 특허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