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캐피탈, 자체 조성 펀드에 부실PF 되팔아
공동출자한 NPL 펀드에 자사 부실PF 사업장 매각
저축은행과 캐피탈사들이 자체 조성하거나 공동출자한 펀드에 자사의 부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을 매각하는 일명 ‘파킹 의혹 거래’ 규모가 80%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부실채권이 정리되지 않고 이연돼 정부의 부동산 PF 정상화 대책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6일 국회 정무위 김상훈 의원(국민의힘·대구 서구)이 금융감독원, 저축은행중앙회, 여신금융협회로부터 제출받은 ‘부실PF NPL 펀드 매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공동 조성한 NPL 펀드에 평균 73%, 캐피탈은 평균 88% 수준으로, 투자한 만큼 부실PF 대출채권을 되판 것으로 나타났다. NPL이란 3개월 이상 연체된 부동산 담보 대출채권을 말한다.
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9월 저축은행중앙회와 10개 저축은행이 330억원 규모로 1차 펀드를 조성해 236억원을 매각했고 올해 5~6월 조성된 2차 펀드에는 34개 저축은행이 5112억원을 출자해 3848억원을 매각했다.
캐피탈은 작년 9월 9개사가 1차 펀드에 1500억원을 투자하고 1307억원을 매각, 올해 5월 조성된 2차 펀드에는 7개사가 2510억원을 출자하고 2231억원을 매각했다.
저축은행과 캐피탈 업권 모두 동일하게 1차 펀드 대비 2차 펀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참여 저축은행은 10개에서 34개로 3배 이상 늘었고, 투자액은 330억원에서 5112억원으로 15배 폭증했다. 출자액·매각액 일치율 역시 1차(71.5%) 대비 3.7%p 증가했다.
캐피탈의 경우 1차 펀드 대비 2차 펀드 참여사가 9개에서 7개로 줄었지만 투자액은 1500억원에서 2510억원으로 167% 증가했다. 출자액·매각액 일치율도 1차 펀드보다 1.8%p 늘어난 88.9%로 집계됐다.
2차 NPL 펀드 규모가 크게 늘어난 배경에는 파킹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점과 △헐값 매각(경·공매) 손실 최소화 △연체율 및 충당금 부담 완화 △금융당국의 부실사업장 정리 압박 면피 △부동산시장 회복 후 재매입해 수익 기대를 비롯한 유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각 업계는 3차 공동펀드를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금융감독원 제동으로 공동펀드 추가 조성은 중단한 상태이다.
김 의원은 “파킹거래 의혹만으로 금융사에게 부정적 의도가 있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부실채권이 정리되지 않고 단순 이연돼 금융당국의 부실사업장 재구조화 및 땅값 조정을 통한 PF정상화대책을 방해한다는 지적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부실이연으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업권별로 부실PF 대출채권 매각 관련 검사를 실시하고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