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트럼프, 7일 전화통화 “이른 시일 내 회동”
윤 “트럼프 1기 한미일 협력 다져” 트럼프 “좋은 협력 기대”
대통령실·여당 “강력한 리더십 아래 ‘한미 동맹’ 더욱 밝게”
야당 “한반도 긴장도 녹일 계기를 … 평화 새로운 장 기대”
정치권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축하와 함께 한미 동맹강화와 한반도 문제의 진전을 기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새로 출범할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대통령보다 훨씬 강한 ‘자국·이익 중심 노선’으로 흐를 것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모두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부와 여당은 한미동맹의 새로운 미래를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간의 소통 기회가 이른 시일에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당선인이 이전 재임기간 북미정상회담을 이끌었다는 점을 들어 ‘한반도 평화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기대하는 한편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으론 트럼프 당선인이 철저한 자국우선주의 노선을 강조하며 한미 방위비분담금 개정 등으로 기존 협의를 흔들 가능성도 거론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오전 7시 59분부터 약 12분 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첫 전화 통화를 나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만간 이른 시일 내에 날짜와 장소를 정해 회동하기로 합의했다”며 이같이 알렸다.
윤 대통령은 먼저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슬로건으로 대승을 거둔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앞으로 리더십으로 위대한 미국을 이끌어가길 기원한다”고 축하했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은 “아주 감사하다”며 한국인들에게도 각별한 안부를 전했다고 김 차장은 전했다.
이어 한미일 협력, 한미 동맹,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등에 대해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한미일 협력 관계가 나날이 견고해져 왔고, 이런 협력이 캠프데이비드 3국 협력 체계로 구축될 수 있었던 데에는 1기 재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기여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미동맹이 안보와 경제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긴밀한 파트너십을 이어가자”고 했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도 “한미 간 좋은 협력 관계를 이어가길 기대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두루 잘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한다”면서 “한국의 선박 수출뿐 아니라 보수, 수리, 정비 분야에 있어서도 긴밀하게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길 원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하는 글을 올렸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6일 브리핑에서 “정부는 안보가 한 치의 흔들림도 없도록 워싱턴 신행정부와 완벽한 한미 안보 태세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면서 “한미 동맹을 더욱 강하고 활력 있는 글로벌 포괄 전략 동맹으로 가꾸어 안보, 경제, 첨단기술 협력을 고도화하고, 우리 청년들과 기업인들의 기회의 운동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미국 공화당 대선 캠프의 주요 참모들, 그리고 과거 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조력자들과 긴밀한 소통과 정책 협의를 지속해 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이 조속한 회동에 합의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정치권도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축하와 기대를 담은 메시지를 내놓았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축하 메시지를 내고 한미동맹을 토대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자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2년반 동안 우리 정부는 한미동맹을 생산적으로 복원하는 굉장한 난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면서 “그런 토대를 기반으로 새로 들어서는 트럼프정부와 우리 정부가 생산적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6일 논평을 통해 “최근 북러 밀착 등으로 동북아 안보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며 “완벽한 한미 안보 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의 무력 도발에 빈틈없이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한미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서로 공유해왔고 오랜 기간 긴밀한 통상 관계를 유지하며 상호 중요한 경제적 파트너십을 구축해온 만큼 첨단산업 등 새로운 분야에서도 공동의 이익 창출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양국의 경제 협력 강화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당선인이 사상 최초로 북미정상회담을 이끌었던 점을 강조하며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6일 논평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재임하며 역사상 최초로 북미정상회담을 이끄는 등 한반도 평화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면서 “지금 한반도는 트럼프 당선인의 첫 임기 당시보다도 더욱 위험한 긴장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고, 얼어붙은 한반도의 긴장을 녹일 새로운 전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의 새로운 임기가 한반도 평화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정부와 확연히 다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비상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국정원장 출신의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무역, 방위비, 대북 특히 우크라이나 실상 무기 지원 등 산적한 문제가 많다”며 “우리 정부의 대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장은 동맹 강화 등 기대감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시 국제 정세 변화는 물론 한미관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에서도 대비 필요성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과 관련해 트럼프 당선인이 무효화를 선언하는 등의 극단적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양국은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방위비 분담 협정은 완료를 한 상태고, 국회에 비준을 의뢰하기 위해서 국무회의 절차를 마친 상태”라면서 “미 대선의 결과가 어떻게 됐든 간에 우리가 충분히 협의한 결과로써 기준점을 제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중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일 정상회의 개최를 놓고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초 전망대로 12월에 열릴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할 전망이지만 회의에 대한 기대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공언해 온 만큼의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입장에 변화가 생길지도 관심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분명한 것은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이 우리 안보에 대해 칼을 겨누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여기에 대해서 필요한 예방 조치는 충분히 검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정부의 기존 대외정책의 질적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혜정 중앙대 교수는 7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한반도포럼 주최 토론회 발표문에서 “(트럼프 2기가) 관세를 통해 미국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면 통상국가인 한국에 심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며 “분담금 협정 개정 압박에 한미일 격자형 동맹, 나토와 협력 강화 등 윤석열정부가 ‘선진’ 서방진입의 지표로 삼고 있는 편승 정책들의 기반도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형선 이명환 박소원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