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성범죄 위장수사 확대
정부 합동 대응 강화 방안 발표 … 피해자 보호 우선 ‘선차단 후심의’ 의무화
정부가 위장·비공개 수사를 확대해 딥페이크를 활용한 성범죄에 강력 대응한다. 또 신속한 피해자 보호를 위해 ‘선차단 후심의’를 의무화하고, 삭제요청 시 24시간 내에 처리하는 규정도 신설한다.
6일 국무조정실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강력하고 실효적인 처벌, 플랫폼 책임성 제고, 신속한 피해자 보호, 맞춤형 예방교육 등 4대 분야 10개 과제를 역점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우선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수사 대응력의 실효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는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일 때만 가능한 위장수사 대상을 성인까지로 확대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을 추진한다. 앞으로 성폭력처벌법이 개정되면 경찰관은 위장 신분으로 계약·거래 등을 통해 증거 자료를 수집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검사의 영장 청구와 법원의 허가를 거쳐 엄격한 요건을 갖추도록 규정할 계획이다.
또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는 현행 신분 비공개 수사에는 사후승인제도를 신설한다. 경찰관이 긴급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사전 승인없이 신속히 수사에 착수한 후 사후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한다.
신분 비공개 수사는 경찰관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거나 부인하는 방식으로 증거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 수사기법이다.
◆검·경 수사와 단속 강화 = 이 외에도 선진 수사기법을 도입하기 위한 관렵법 개정에도 나선다.
우선 딥페이크 성범죄 피의자를 검거하기 전에 범죄수익을 사전에 몰수·추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딥페이크 성범죄 자진 신고자에 대한 형량을 감면하는 이른바 ‘리니언시’를 도입한다. 디지털 성범죄물에 대해서도 마약 등의 범죄에서 허용하는 해외 플랫폼의 국내망 이용구간 모니터링(감청)을 도입해 범죄예방을 극대화하기로 했다.
검·경 수사와 단속도 강화한다.
경찰은 내년 3월까지 집중 단속을 실시하며 딥페이크 자동 탐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수사 전문성을 갖춘 전담검사를 기존 23명에서 43명으로 늘리고, 지역 검찰청에 설치된 여성·아동범죄수사부를 12곳에서 24곳으로 확대한다. 특히 시·도경찰청과 관련 검찰청 간 핫라인을 구축해 상시적 협업체계를 마련한다.
정부는 또 디지털 성범죄 사건처리 기준·매뉴얼을 개선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유포 등의 범죄에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한다.
또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낮은 형량을 선고하는 관행을 개선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 정비·협의도 함께 추진한다. 2020년 6월부터 4년간 성적 허위 영상물 관련으로 기소된 87명 중 34명이 집행유예를 받은 점을 고려한 것이다.
또한 딥페이크 성범죄물이 해외 서버 플랫폼을 통해 유포되는 현실을 고려, 사이버 범죄 국제 조약인 ‘부다페스트 협약’ 가입을 통해 유럽연합(EU) 미국 등 76개국과 공조수사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국제 네트워크를 활용한 수사정보 확보 등 수사 역량을 확대하고 해외기반 플랫폼에 수사 협조도 유도할 계획이다.
◆플랫폼 사업자 책임·의무 강화 = 정부는 피해자 보호도 보다 신속하고 확실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현재는 플랫폼 사업자가 딥페이크 성범죄물에 대한 삭제요청을 받았을 때 판단이 어려운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선 심의요청 후 삭제처리를 한다. 앞으로는 선 차단 후 심의요청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도입할 계획이다.
특히 사업자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불법 영상물 삭제 요청을 받은 경우 24시간 내 신속히 삭제하도록 삭제 시한 관련 규정도 마련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사진·영상과 함께 노출된 피해자의 신상 정보까지 삭제하고 삭제 지원 주체를 국가 외에도 지방자치단체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지난 9월 말 성폭력방지법을 개정했다. 여기에 추가로 피해자 보호 조처 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성과 의무도 강화한다.
정부는 텔레그램 오픈 채널 등을 청소년 유해물 제공·매개에 해당하는 것으로 정보통신망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해외 사업자에게 청소년보호책임자 지정 등의 의무를 부과한다. 미이행 시에는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또 딥페이크 차단, 탐지, 예방 기술과 관련한 연구·개발(R&D)을 확대하고, 인공지능(AI) 생성물임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워터마크 표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학교 등서 반복적 예방교육 = 이와 함께 정부는 학교와 청소년 시설 등에서 성적 허위영상물 제작·유통·시청이 심각한 범죄행위임을 인식하도록 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반복적인 예방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여가부·교육부·문체부와 플랫폼 등이 협업해 미디어를 활용한 대국민 홍보도 전개한다.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범정부 TF’ 단장인 김종문 국무1차장은 “TF에서 주간 단위로 추진 상황을 지속해서 점검·보완하겠다”며 “이번 대책에 포함된 법안과 예산을 반영하기 위해 각 부처와 함께 국회에 충실히 설명하고,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9월 성폭력처벌법 개정을 통해 딥페이크 영상물 소지·구입·저장·시청 행위를 처벌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상태다. 또 딥페이크 영상물 편집·반포 시 법정형을 5년에서 7년으로 상향하고, 반포 목적이 없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딥페이크 성범죄물을 이용한 협박·강요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도 만들었다.
장세풍·박소원·김선일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