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U대회 ‘빛 좋은 개살구’ 되나

2024-11-08 13:00:01 게재

경기장 건설 잇달아 무산

잼버리대회 재연 가능성

충청권 4개 시·도가 추진하고 있는 2027년 하계 세계대학경기대회(U대회) 경기장 건설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대회가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충청권 지자체들은 U대회를 유치하며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로 ‘스프츠 인프라 구축’을 내세운 바 있다.

8일 충청권 4개 시·도 등에 따르면 이들 지자체가 U대회를 준비하며 추진했던 경기장 가운데 절반 이상 건설이 무산됐다.

당초 이들 지자체가 U대회를 유치하며 내세웠던 목표는 개막식과 폐막식이 각각 열리는 대전 종합운동장과 세종 종합운동장, 충남 국제테니스장, 충북 다목적체육관, 세종시 체육관·수영장 등의 건설이었다.

현재 이들 주요 경기장 6개 가운데 실제 건설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곳은 충남 국제테니스장과 충북 다목적체육관 2개뿐이다. 나머지 4개의 체육시설은 U대회 이전 건설이 무산됐다.

대전시는 당초 U대회 개최에 맞춰 대규모 서남부종합스포츠타운을 건설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스포츠타운 종합운동장에서 개막식을 개최하고 주요 경기를 치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스포츠타운 건설 일정이 미뤄지면서 없던 일이 됐다. 개막식은 월드컵경기장으로 옮겼고 펜싱경기 등은 다른 장소를 검토하고 있다.

세종시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세종시는 U대회를 계기로 대평동 종합체육시설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이 같은 구상은 초반부터 어긋났다.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 종합운동장 건설이 무산됐고 결국 폐막식 장소는 중앙공원으로 옮겨졌다. 최근엔 체육관과 수영장마저 4번의 유찰 끝에 건설을 포기했다. 결국 탁구경기는 정부세종청사 체육관이, 수구경기는 충남 아산 배미수영장 등이 대체 경기장으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문제는 세종시 체육관과 수영장의 경우 U대회 개최를 조건으로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는 점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정부에선 U대회를 치를 수 없는 만큼 이후 종합체육시설을 건설하기 위해선 행정절차를 다시 밟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U대회 유치를 시작했던 전임 민선 7기 당시 충청권 지자체들은 U대회를 스포츠 인프라 등을 건설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구상은 이후 공사비 상승과 대규모 국제대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코로나19 이후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 등이 맞물리면서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그나마 건설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충남과 충북 역시 지자체 재정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처지다. 대규모 체육시설을 U대회를 통해 해결해보겠다는 구상이 너무 안이한 판단이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설재균 대전참여연대 간사는 “U대회는 대표적인 국제 아마추어 스포츠축제로 개최 자체엔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지자체나 정부가 장밋빛 전망만으로 대회를 준비할 경우 자칫 잼버리대회가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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