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 방치 않고 활용으로’ 한뼘 더 커지는 대한민국
해수부, 전국 2918개 무인도 해양영토·관광·생태환경 가치 보전·이용에 적극 나서
전남대무인도서연구센터
내일신문 공동기획
무인도서(이하 무인도)가 국민들 삶 속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소외되고 방치되던 무인도를 특성에 맞게 관리유형을 정하고 섬마다 가진 고유한 가치를 살리고 있다.
김명진 해수부 국제협력정책관은 7일 “무인도는 보전과 이용 측면에서 각각 소중한 가치가 있다”며 “무인도 가치를 알리고 보전하기 위해 국민과 함께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게 필요하고, 이를 위한 정책과 사업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인도 보전·이용은 실태조사에서 출발 =
우리나라에 섬은 총 3382개가 있다. 이 중 유인도는 464개, 무인도는 2918개(2023년 기준)다. 전체 섬의 86.3%를 차지하고 있는 무인도는 늘어나는 추세다. 섬에서 살던 사람들이 떠나면서 유인도가 무인도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무인도 중 2474개(84.8%)가 육지로부터 20㎞ 이내에 있지만 123개(4.2%)는 80㎞ 이상 멀리 떨어져 있다.
섬의 가치는 존재 자체로 크다. 유엔해양법협약은 인간이 거주하고 독자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섬’과 ‘암석’을 구분한다. 섬은 영해 외에도 배타적경제수역과 대륙붕을 가질 수 있지만 암석은 영해만을 가질 수 있다. 도서(섬과 암석)는 한 국가의 해양을 정하는 근거가 될 뿐만 아니라 지형과 지리적 특징에 따라 경제 생태환경 사회문화교육 등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는 보물창고와도 같다.
이용희 한국해양대 교수(해양법)는 “유엔해양법 협약에서 섬은 유인도와 무인도 상관없이 ‘인간의 거주와 독자적 경제활동 가능성’을 기준으로 섬(island)과 암석(rock)으로 구분하고 있다”며 “국제법상 섬의 지위를 가진다면 영해뿐만 아니라 배타적경제수역, 대륙붕을 가질 수 있지만 암석일 경우 영해만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제법상 연안국 관할 해역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섬은 큰 의의를 가진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섬에 대한 가치를 높게 부여하지 않았다. 섬에서 살아도 육지로 나갈 것을 소망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섬에 대한 관리도 소홀했다. 오랫동안 바다를 멀리하는 해금정책과 섬을 비우는 공도정책을 펼친 조선시대 관습의 영향도 컸다.
유엔해양법협약 발효 등으로 각 나라마다 섬의 가치는 바뀌었다. 각 나라마다 해양영토의 기준이 되는 섬의 가치를 중요시하면서 인공섬을 만들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최외곽 도서는 해양관할권을 시작하는 영해기점으로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
정부도 1996년 해수부 출범 이후 섬에 대한 가치를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2010년 이후 해수부는 효과적인 무인도 관리·이용을 위해 10년 단위로 무인도에 대한 종합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2010~2019년까지 진행한 제1차 무인도서 종합관리계획에 따라 무인도와 그 주변 해역(1㎞ 이내)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전국 2918개 무인도를 △절대보전(육역 145, 해역 147개) △준보전(각각 550, 603개) △이용가능(1203, 1224개) △개발가능(277, 281개) 유형으로 구분해 관리한다.
섬은 바닷물에 잠겨 있는 해역과 물 위에 나와 있는 육역으로 나뉘는데, 섬에 따라 해역과 육역의 관리유형이 다른 경우도 있다. 개발이나 이용가능한 육역도 준보전지역이면서 일부 개발가능한 곳이 있는 섬이 2개, 이용가능하면서 개발가능한 곳도 4개 있다.
아직 관리유형이 지정되지 않은 무인도는 육역 737개, 해역 663개다.
매년 300여개 무인도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는데 올해는 전남 신안·여수·순천·광양·장흥·강진·보성 소재 318개 무인도에 대한 조사를 진행, 남해안 지역에 대한 조사를 끝냈다.
◆영해기점 무인도서 특별대책 준비 = 우리나라에서 무인도는 해수부가 주관 부처로 관리한다. 유인도는 행정안전부가 관리하고 있다.
국가유산청과 문화체육관광부 등도 섬의 특징과 이용목적에 따라 관련 정책을 수립·시행한다.
섬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인구감소와 거주여건 악화로 유인도가 무인도로 황폐해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지만 무인도로 바뀐 경우에는 ‘무인도서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무인도서법)로 관리한다. 자연환경과 생태계의 실태 조사를 통해 기후변화에 취약한 섬을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해수부는 무인도의 가치를 국민들이 실감할 수 있게 올해 새로운 정책을 개발·시행했다. 전남대 무인도서연구센터가 진행한 ‘무인도 가치 재발견 캠페인 - 무인도 라이브(LIVE)’는 8월 15일부터 시작해 국민탐사단 등을 운영했다. 최대 45명을 모집한 체험단은 총 744개팀 1430명이 신청하며 폭발적 관심을 보였다.
무인도 라이브 사업에 참여한 전국지리교사모임 회원 교사들은 8월 30일 대한민국 영해기점 중 한 곳인 서해 서격렬비도를 포함한 격렬비열도를 찾아 탐사 영상과 자료를 토대로 수업자료를 만들 예정이다. 이들은 수업자료를 전국 지리교사들에게 배포해 영해기점을 주제로 한 수업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국민탐사단과 함께 한 윤승철 무인도·섬테마연구소장은 “참가자들은 무인도 생활을 함께 하면서 막연하게 다른 세상으로 생각하던무인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좋았다고 한다”며 “한 개 무인도에 바로 간 것이 아니라 주변의 가치 있는 무인도나 그 무인도나 인근 유인도에서 어업하는 분들과 인터뷰도 진행해 무인도의 여러 가치를 알게 된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무인도 재발견 사업에 대한 호응이 커 내년에도 관련 사업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영해기점 무인도서에 대한 특별관리대책도 준비하고 있다. 국민들이 직접 찾아가고, 머무르고, 생각하며 2918개 섬 하나 하나의 가치를 다시 발견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방치돼 있던 국토의 한 부분이 살아 숨쉬는 대한민국의 영토로 살아나 확장되는 셈이다.
임채호 해수부 해양영토과장은 “국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도서의 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발표하는 도서의 수가 서로 달라서 이를 해결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라며 “필요하면 법 개정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전남대 무인도서연구센터는 8월부터 “무인도 가치 재발견, 나와 대한민국이 더 커집니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무인도 라이브’ 사업을 진행했다.
무인도가 가진 안보와 관광, 생태적 가치에 대한 인식 전환을 통해 각 부문에 적합한 활용 방식을 찾고 이를 확산해 가자는 취지다. 내일신문은 영해기점인 서격렬비도, 국민탐사단이 참여한 3곳의 무인도 체험, 생태가치의 보고인 통영 홍도 탐사 등 그 전 과정을 함께 취재했다. 5회에 걸쳐 나눠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