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부터 노인까지 전통시장 활성화 거든다

2024-11-08 13:00:21 게재

도봉구-상인회 ‘응답하라 쌍문시장’

‘등록시장’ 지원하고 상권별 경쟁력↑

‘꼬신내’ ‘고기가 좋아’ ‘고기는 사랑이죠’ ‘머리짱’…. 서울 도봉구 쌍문동 지하철 4호선 쌍문역 3번 출구에서 이어지는 골목으로 들어서면 정겨운 풍경이 펼쳐진다. 기름집 정육점 미용실에 옛날 상호 흔적만 남은 식료품가게, 점포와 점포 사이에 노점처럼 자리잡고 있는 금·은방 등이 정겹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쌍문시장 나들이 행사를 찾은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도봉구 제공

1980·1990년대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쌍문시장에 ‘복고’ 감성이 더해졌다. 딱지치기 땅따먹기 등 골목에서 아이들이 즐겼던 놀이에 달고나체험 풍선미술 등이다. 인근 어린이집에서 장보기 체험을 나온 아이들부터 소일거리처럼 시장에 나선 노년층 주민까지 흥겹기만 하다. 22년째 한 자리에서 전파사를 운영한다는 상인은 “당장 내 장사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지만 오랜만에 떠들썩하니 좋다”며 “함께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8일 도봉구에 따르면 구는 민선 8기 들어 전통시장과 상점가 활성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유통환경과 소비흐름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11개 상권별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다. 구는 “시장마다 특화할 수 있는 요소를 발굴해 매출을 높이고 상권을 활성화하고 궁극적으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도봉구에는 전통시장 6곳을 비롯해 상점가 4곳, 골목형 상점가 한곳까지 11개 시장이 있다. 총 1127개 점포 가운데 62곳이 있는 쌍문시장은 올해 들어 시장 활성화 사업을 본격화 했다. 상인회 관계자는 “유동인구가 많아 전에는 상인들이 ‘대기업 부럽지 않다’고 할 정도였는데 코로나 시기부터 크게 달라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 첫 걸음으로 지난달 말 상인들이 주축이 돼 ‘시장나들이 축제’를 기획했다. 텔레비전 연속극 ‘응답하라 1988’ 배경이 쌍문동이라는 점을 십분 활용했다. 시장에 복고 감성을 입혀 고객 방문을 유도하고 상인조직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우선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일대 어린이집 아이들이 ‘행복한 시장 나들이’를 하도록 연계했다. 일정 금액 구매권을 지급해 장보기 체험을 하며 경제관념을 익히고 장바구니를 만드는 등 체험을 하도록 했다. 청소년과 성인들을 위해서는 다양한 먹거리와 즐길거리 경품 등을 준비했다. 특히 중장년층은 ‘그 시절 표어’ ‘그 시절 놀이’ 등을 하며 장보기 이상을 즐겼다.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하루 행사였지만 상인들 만족감은 크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허안나 회원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장신구와 먹거리를 준비해 오전에만 300명 가까이 몰렸다”며 “하루 매출은 포기했지만 앞으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박재훈 상인회 부회장은 “올해 상인회를 출범했는데 아직 주저하는 분들이 있다”며 “축제를 계기로 회원 점포를 두배 이상 확보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도봉구는 특히 쌍문시장이 등록시장 인증을 받아 각종 공모사업 등 혜택을 받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도봉동 신도봉시장과 도봉산옛길골목형상점가의 경우 지난해 신규등록을 한 뒤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올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받았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상인들의 자발적 움직임과 지자체의 든든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변화하는 상권·소비 흐름에 발맞춘 사업으로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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