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담화 때마다 지지율 떨어지는 소리” 흑역사 반복하나
취임 100일 기자회견 후 소폭 상승
총선 전 의대증원 담화 후 큰 폭 하락
‘TK 등 핵심 지지층 붙잡기’ 집중
“대통령이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지지율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 것 같더라” “충분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최대한 답하려는 성의는 느껴지더라”
윤석열 대통령의 7일 담화·기자회견 후 정치권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최종 여론은 긍·부정 중 어느 쪽으로 가게 될까. 윤 대통령이 그동안 국민들과 소통을 위해 담화 또는 기자회견을 할 때마다 큰 덕을 보지 못한 터라 대통령실에서도 기대치를 일단 낮게 잡는 모습이다. 대구·경북(TK) 등 핵심 지지층만이라도 다시 돌려놓을 수만 있다면 최근 지지율 위기에서 한숨 돌려 잠시나마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본다.
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담화 또는 기자회견 형식으로 국민과 소통을 한 것은 총 7번이다. 2022년 8월 17일에는 취임 100일을 맞아 21분의 모두발언과 34분의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2022년 10월 30일 이태원 참사 관련 담화, 2023년 11월 29일에는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관련 담화, 2024년 4월 1일에는 의대 증원 관련 담화를 각각 2분, 10분, 51분간 진행한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은 하지 않았다. 지난 5월 9일, 8월 29일, 그리고 전날(11월 7일)에는 대통령이 국정 성과를 국민들에게 보고한 후 기자들의 질의응답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기존 사례를 보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방식을 취할 경우 주로 기존 지지층이 일단 호응하며 지지율 상승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윤 대통령도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취임 100일 기자회견 직후 지지율이 전주보다 3%p 올리는 성과를 보였다. 이 때 윤 대통령의 기존 지지층이라고 볼 수 있는 대구경북, 부산경남에서 다른 지역 대비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
그러나 나머지 6번의 소통 때는 모두 지지율이 정체하거나 하락하곤 했다. 특히 가장 드라마틱한 하락폭을 보인 때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민감도가 높던 때 이뤄진 지난 4월 1일 의대정원 관련 담화였다. 당시 총선에 출마했던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당시 기억을 되짚으며 “당시 총선을 뛰던 많은 사람들이 담화를 보면서 ‘이번 총선은 끝났구나’라는 한숨을 내쉬었다”라고 회고했을 정도다.
수치를 짚어보면 당시 3월 4주차 조사(3월 26~28일, 1001명, 전화조사원 인터뷰,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에서 34%였던 윤 대통령 지지율이 4월 3주차(4월 16~18일, 1000명, 전화조사원 인터뷰,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에서 23%로 큰 폭 하락했다.
의정갈등 장기화 국면에서 의료계를 보듬기는커녕 ‘카르텔’로 지칭하는 등 일방통행 느낌의 담화 내용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로 윤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 중의 2위로 소통미흡을 꼽은 사람이 17%에 달했는데 이는 지난번 조사보다 10%p가 늘어난 수치였다.
기존 성과가 그리 높지 않았던 만큼 이번에도 기대 자체는 크지 않은 편이다. 한 대통령실 참모는 윤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이미 20%대 벽이 뚫린 마당에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는 심정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핵심지지층들만이라도 조금 더 기다려볼까 라는 생각만 해줘도 이번 기자회견은 성공”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국면전환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절벽으로 떨어지는 것만큼은 막아내 시간을 벌어야 그 다음에 뭐라도 꾀해볼 수 있다는 절박함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 질의응답 과정에서 영남 지역 지지층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밝히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제가 대통령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돼서 이 자리에 앉아 있게 되는데, 대구·경북 지역의 절대적인 지지가 이렇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면서 “그래서 얼마나 아꼈으면 또 얼마나 실망이 크시겠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담화 다음 날인 8일 공개된 한국갤럽 조사(11월 5~7일, 1002명, 전화조사원 인터뷰,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17%로 지난 조사보다 하락했다. 그러나 영남 지역에선 5%p 이상씩 올랐다.
한편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건희 여사는 이달 중순 예정돼 있는 대통령 순방에 동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