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이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답해야 할 시간
2016년 10월 24일 저녁, 국회 시정연설에서 임기 내 개헌의지를 천명했던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 등을 미리 받아봤다는 보도를 맞닥뜨렸다. 그동안 최순실 관련 의혹을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강변해왔던 박 전 대통령은 다음날 곧바로 사과 담화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최순실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이라고 소개하며 “취임 후에도 일정기간 일부 자료 등에 의견을 물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면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대통령 연설문 등 자료들을 외부 지인에게 미리 보내주고 의견을 들었다는 것을 대수롭지 않듯 인정했고 이를 ‘순수한 마음’으로 치부해버렸다. 박 전 대통령의 상황인식은 이처럼 안일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율은 바로 10%대로 추락했다. 이후 최순실 의혹 후속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검찰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압수수색과 함께 최순실 긴급체포에 들어갔다. 대학가의 시국선언과 촛불집회에 불이 붙었고 여야는 최순실 특검 논의에 들어갔다. 지지율은 한자릿수로 내려앉았다.
첫 담화 후 열흘(11월 4일) 만에 2차 대국민담화로 ‘검찰 조사-특검 수용’을, 다시 25일 만인 같은달 29일 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진퇴 방안을 국회에 일임’하는 ‘질서 있는 퇴진안’을 내놨다. 하지만 추락한 신뢰는 회복되지 않았다.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는 그 후로 보름을 넘기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명태균 스캔들’ 보도 이후 첫 대국민 사과담화와 기자회견에서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국민은 ‘무엇에 대해 사과받았는지’고개를 갸웃거린다. 김 여사의 행보에는 “대통령 부인이 남들에게 욕 안 얻어먹고 좀 원만하게 잘하기를 바라는 일”로 치부했다. 명씨와의 통화도 “어쨌든 저의 당선을 위해서 도움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에 대해 매정하게 하는 것이 뭣하고”라고 했다. 국민은 이러한 윤 대통령의 인식에 대해 ‘지지율 최저치’로 답했다.
이제 국민의힘과 민주당도 답을 요구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보수를 지킬 것이냐, 대통령을 지킬 것이냐는 선택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당 지지율이 대통령과 묶여 하락세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 보인다. 2016년엔 당 지지율 20%대가 무너진 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대통령의 탈당을 공식 요구했다.
민주당은 탄핵 열기가 8년 전처럼 뜨겁지 않은 이유를 답해야 한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민주당의 ‘입법독주’가 수권정당으로 의심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역사는 반복되기도 하지만 피할 길을 알려주기도 한다.
박준규 정치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