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화재 포스코 포항제철소…시민은 “불안”

2024-11-11 13:00:03 게재

조기진화됐지만 ‘안전불감증’ 우려도 … 같은 시간 포스코퓨처엠 내화물공장서도 ‘불’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10일 폭발 소리와 함께 화재가 발생해 5시간여 만에 모두 꺼졌다. 하지만 포항제철소에서 화재 등 사고가 잇달아 발생해 지역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10일 경북소방본부와 포스코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20분쯤 포항시 남구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공장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나 소방 당국이 2시간 10여분 만에 초기 진화를 마쳤다.

특히 굉음을 동반한 폭발이 발생하면서 일부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는 발생 5시간 만에 모두 진화됐다.

화재로 공장 내부에 있던 근무자 1명이 손과 얼굴에 가벼운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으나 다행히 사망자 등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

불이 난 3파이넥스공장은 지난 2014년부터 연산 200만톤 규모의 쇳물을 만들고있다. 이는 포항제철소에서 생산하는 전체 쇳물의 10% 수준이다.

소방 “포스코 포항제철소서 큰 불 신고” 10일 오전 4시 20분쯤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에서 큰불이 났다는 신고가 소방 당국에 들어왔다. 한 주민은 “폭발음이 3차례 정도 들렸다”고 밝혔다. 사진 연합뉴스

◆“전체 조업에는 차질 없을 것” = 파이넥스는 포스코가 자체 연구개발(R&D)을 통해 개발한 제철 공법이다. 설비 투자비와 생산원가를 절감하고, 황산화물·질소산화물·초미세먼지 등의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포항제철소의 쇳물 생산 시설은 2고로(연 생산능력 200만톤), 3고로(488만톤), 4고로(530만톤) 등 고로와 2 파이넥스공장(150만톤), 3파이넥스공장(200만톤) 등으로 이뤄졌다. 1고로와 1파이넥스는 수명을 다했다.

이렇게 3개 고로와 2개 파이넥스 공장에서 나오는 쇳물을 모아 제강 공정을 거쳐 철강 제품으로 만든다.

업계에서는 화재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고 공장을 완전히 정리해 조업을 다시 시작하기까지 최소 1주일 이상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예상보다 화재 피해가 심각하고 조업 정상화가 늦어지는 경우 포스코의 철강 생산·수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이날 화재가 포스코 실적에 영향을 줄지도 관심이다. 포스코는 최근 글로벌 철강 업황 부진 등 여러 이유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화재 규모와 원인은 소방당국에서 파악 중이나, 냉각수설비 이상에 의한 케이블 화재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복구는 1주일 이내 완료될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3·4고로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쇳물을 생산하면 전체 조업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화재가 난 포항제철소에서 4㎞ 가량 떨어진 포스코퓨처엠 내화물공장에서도 오전 4시 30분쯤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인명피해 없이 30분만에 진화됐고 공장 가동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잇달아 화재 = 문제는 포항제철소에서 이 같은 화재가 발생한 게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로 10일 새벽 119상황실에는 ‘여러 차례 펑 소리와 함께 불길이 보인다’ ‘포스코에 불기둥이 보인다’는 신고가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은 형산강 맞은편 건물이 흔들릴 정도로 큰 폭발음이 세 차례 울렸다고도 전했다.

앞서 지난 1월 26일에는 포항제철소 내 선강지역 통신선에서 불이 나 10여분 만에 꺼졌다. 이어 2월 15일에는 석탄 운반시설에서, 같은 달 29일에는 원료 이송용 컨베이어벨트에서 각각 불이 났다.

지난해 12월 21일에는 원료 저장고인 사일로에서 철광석을 옮기는 컨베이어벨트에서, 지난해 4월 27일에는 3파이넥스공장 인근 원료이송용 컨베이어벨트에서, 같은 달 18일에는 3고로 인근 부대설비인 COG(코크스 오븐 가스) 승압장치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23일에는 2고로(용광로) 주변 전선에서 불이 나 정전이 발생하면서 2고로와 3고로, 4고로 가동이 한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고온고압 상태에서 철강을 생산하기 때문에 다른 사업장들에 비해 화재 위험에 훨씬 더 노출돼 있다”면서 “소방이나 안전관련 규정을 기준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방과 안전관련 규정은 최소한의 기준”이라며 “소화기 등 시설뿐 아니라 직원교육 등 안전관리 전반에 걸쳐 촘촘히 계획을 수립해 운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스코 관계자는 “경찰 등에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사고 원인이 밝혀지면 그에 맞는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화재 원인 조사에 들어갔다.

경북 포항남부경찰서는 11일부터 회사 관계자를 불러 사고 당시 상황을 파악하고 폭발과 화재가 발생한 원인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12일 합동 현장 감식을 진행키로 했다. 현장 감식은 포항제철소가 국가중요시설인 점을 고려해 비공개로 이뤄진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현재까지 3파이넥스공장 용융로 하부에 있는 산소 주입용 풍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3년 3월에도 1파이넥스공장에서 풍구 균열로 불이 났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풍구 작동에 초점을 두고 설비 이상이나 작업자 과실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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