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후반 출발 윤 대통령, 트럼프 2기 대응으로 시작
110분 경제·안보 점검회의 주재 … “금융·통상·산업회의체 즉시 가동”
순방으로 외교성과 부각 후 ‘인적쇄신’ 이어갈 듯 … “국정동력 회복”
임기후반기를 맞이한 윤석열 대통령의 첫 행보는 ‘트럼프 2기’ 출범 대비였다. 어지러운 국내 정치 현안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지만 국정 동력을 회복할 수 있는 첫 실마리로 외교안보를 선택한 셈이다. 1기 때보다 강력한 ‘트럼피즘(트럼프주의)’이 몰려오는 가운데 외교 성과로 먼저 숨통을 틔우고, 이어 인적쇄신 등 국내 조치까지 단행한다면 바닥권 지지율을 벗어나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의 신행정부 출범에 대비해 ‘대외 여건 변화에 따른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날은 윤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맞는 날이었는데 정치적 메시지를 내기보다는 국제 정세 변화에 대한 대처에 힘을 실은 셈이다.
이날 110분간 진행된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두달 뒤 미국 새 행정부가 출범하면 세계 경제와 안보에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게 된다”며 “경제부총리를 컨트롤타워로 하는 금융·통상·산업 3대 분야의 회의체를 즉시 가동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 특유의 보호무역주의를 고려할 때 통상 분야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공무원끼리 책상에 앉아 머릿속으로 생각해 대응하지 말고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직접 대화를 많이 하라”고 했다.
안보에 대해선 “상당히 많은 구조적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면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확실한 대북 억지력을 유지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제대로 된 평화와 번영의 리더십을 가질 수 있도록 면밀히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를 트럼프2기 대비로 첫발을 디딘 데 대해 여권에선 긍정적 반응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지난 2년반을 돌아봤을 때 성과로 꼽을 수 있는 부분은 외교 분야”라면서 “최저 지지율로 후반기를 시작하게 됐지만 잘하는 것으로 돌파해서 국정동력을 회복하겠다는 의미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윤 대통령의 외교 성과는 지지층이냐 아니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지지층 결집을 최우선으로 본다면 잘 고른 선택지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골프광’인 트럼프 당선인과 자연스러운 친교를 위해 골프 연습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외교 성과만으로 지금의 정치적 위기가 해결될 수 있는 국면이 아니라는 데 공감대가 있는 만큼 추가적인 조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140분 기자회견 후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는 점에서 이후 국민눈높이에 맞는 인적쇄신 등 대통령의 국정기조 변화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조치가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김건희 여사의 이달 중순 순방 불참, 대통령 부부의 핸드폰 번호 교체, 강 훈 전 대통령실 정책홍보비서관의 한국관광공사 사장 지원 자진 철회 등의 조치가 나왔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에선 생각보다 따른 시기에 대통령실 개편 및 개각 등 인적쇄신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 라인’으로 지목된 대통령실 실무진 개편은 물론 정진석 비서실장 및 수석비서관들의 인사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외에도 ‘장수’ 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주호 교육부장관 교체설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박성민 민 컨설팅 대표는 11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 이후) 국제정치, 산업게 등 전세계적으로 폭풍이 몰아치는데 윤 대통령과 정부가 잘 대응해 성과를 만들어내면 (지지율이)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인사에서도 변화를 보여서 25~30% 정도만 돼도 (임기) 하반기는 여유를 갖고 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