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윤 대통령→이재명’ 표적 변경 …‘보수 껴안기’

2024-11-11 13:00:12 게재

보수 일각 “윤 대통령만 공격” “좌파” 한 대표 비판 부담

한 대표 차기주자 지지율 24%→14% … ‘보수 이탈’ 영향

표적 바꿔 ‘보수 결집’ 기대 … ‘중도 확장’엔 손해 가능성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회견에 대해 우호적 평가를 한 데 이어 주말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한 대표의 주공세 대상이 윤 대통령에서 이 대표로 바뀐 모습이다.

최고위 발언하는 한동훈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한 대표의 전략 변화는 보수 일각의 “한 대표가 윤 대통령 공격에만 열중한다” “한 대표는 좌파나 다름없 다”는 공세를 의식한 것으로 읽힌다. 윤-한 갈등으로 인해 분열 조짐을 보이는 보수층을 껴안기 위해 한 대표가 주공세 대상을 바꿨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지난 8일 윤 대통령의 담화·회견과 관련 “대통령께서 어제 현 상황에 대해 사과하고, 인적쇄신, 김 여사 활동 중단, 특별감찰관 조건 없는 임명에 대해 국민들께 약속하셨다”고 밝혔다. 야권과 언론에서 담화·회견에 대해 “알맹이 없는 사과였다”고 혹평한 것과 달리 비교적 우호적 평가를 내린 것이다. 여권 내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한 대표는 9일과 10일 주말 이틀 동안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을 겨냥한 비판을 쏟아냈다. 한 대표는 SNS를 통해 “대한민국 건국 이래 특정인의 범죄혐의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결을 막기 위해 진영 전체에 총동원령을 내리는 이런 장면은 없었다” “이 대표의 범죄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결 선고를 6일 앞두고 이 대표의 총동원령에 따라 오늘 ‘판사 겁박 무력시위’가 벌어진다고 한다” “‘민노총+촛불행동+민주당 원팀’의 ‘판사 겁박 무력시위’ 결과에 민주당이 많이 실망할 것 같다” “민주당이 무죄라고 생각한다면 ‘판사 겁박 무력시위’ 대신에 ‘이재명 재판 생중계 무력시위’를 했을 것”이라고 공세를 퍼부었다.

한 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에서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대선의 민의를 바꾸려고 하고 실제로 일정 부분 효과를 거뒀기 때문에 대단히 죄질이 나쁘다”고 비판했다.

한 대표가 주공세 대상을 윤 대통령에서 이 대표로 바꾸었다는 해석이 나온 대목이다.

왜일까. 친한에서는 한 대표를 겨냥한 보수 일각의 공격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친한 의원은 11일 “보수 일각에서 한 대표를 향해 ‘이재명보다 윤 대통령만 공격한다’ ‘좌파 같다’는 공격을 자꾸 하니까, 그런 공격을 할 빌미를 없애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담화·회견이 만족스럽다기보다는 윤-한 갈등이 심화될수록 보수층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기 때문에 주공세 대상을 바꿨다는 의미로 읽힌다.

윤-한 갈등 심화로 인한 보수 일각의 ‘한동훈 지지 철회’는 여론조사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갤럽이 정례적으로 실시하는 차기 대통령 선호도조사에서 한 대표는 총선 직전(3월 첫째 주) 24%로 선두권을 차지했다. 이 대표는 23%였다. 하지만 윤-한 갈등이 고조된 11월 첫째 주 조사에서 한 대표 지지율은 14%로 내려앉았다. 이 대표는 29%였다. 한 대표 지지율이 8개월 만에 10%p 하락한 것이다. 지지율 하락은 주로 대구·경북과 60대, 70대 이상, 보수층에서 이뤄졌다. 윤-한 갈등에 실망한 보수 일부가 한 대표 지지를 철회한 것으로 읽힌다.

결국 보수 일각의 지지 철회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한 대표가 주공세 대상을 바꾸면서 ‘보수 껴안기’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한 대표가 ‘보수 껴안기’를 통해 보수 일각의 지지 철회를 막을 수 있겠지만,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는 모습은 중도 확장에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친한 인사는 “당장은 보수 일각을 달래기 위해 윤 대통령을 겨냥한 쇄신 요구를 멈추겠지만, 이게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는 모습으로 비쳐지면 (한 대표의) 중도 확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만이 한 대표의 ‘정치적 주가’를 올릴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것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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