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까운 곳에 주치의를 두고 싶다

2024-11-12 13:00:03 게재

하루 이틀 된 것은 아니지만 요즘 들어 응급 상황 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 그동안 의료소비자들은 갑자기 고열이 나고 심한 복통이 오면 당황스러운 마음에 빨리 응급실로 가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응급실을 찾고는 했다.

긴급한 응급이나 중증이 아닌데도 응급실로 오는 것은 합리적인 의료소비가 아니라고 이야기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긴급상황인지 아닌지, 얼마나 중증인지 판단하기 어려운데 어쩌라는 것인지 억울하기만 하다. 그러나 응급실에서는 응급환자가 아니면 일차·이차병원으로 보내는 회송제도가 강화되고 있다. 왜 이러한 서로 어긋나는 의료 이용행태가 계속 되고 있는 것일까?

상의할 의사 없고 떠도는 의료소비자

국민들은 꼭 병의원을 찾을 만큼 아프지 않아도 일상에서 의학적 조언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 흔한 건강식품을 먹으려도 ‘의사와 상의하라’고 하지만 상의할 의사가 없다면 해당 문구는 무용지물에 가깝다, 건강상태나 성인질환 관리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안 되니 어딘가 아픈 증상이 나타나야 의료기관을 찾게 되고, 잘 모르니 일단 큰 병원, 유명한 의사를 찾게 되기도 한다. 더욱이 정보의 비대칭성이 두드러지는 건강과 의료문제에서 소비자들은 각종 매체에서 전해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현명한 판단을 하기 쉽지 않다.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은 높다는데 의료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갖게되는 것은 왜 일까? 또한 고령화에 따라 질병 구조는 점차 급성기·감염성 질환에서 만성·퇴행성 질환으로 전환되고 있고, 국민의 욕구도 복잡화·다양화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의료소비자들은 언제든 의료기관을 갈 수는 있지만 매번 처음인 것처럼 3분진료에 검사와 약에 의존하는 의료서비스에 자신의 건강을 지킬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고령사회에 들어가면서 의료소비자의 기대를 표현하는 중심 키워드는 ‘지역사회 기반’ ‘사람 중심’ ‘연결’이다. 그동안 많이 논의되었지만 실현이 어려웠던 문제들이었다.

의료소비자에게는 환자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건강관리, 질병 예방, 복합적인 만성질환 관리, 입원이나 응급의료 상황 등 전문 의료가 필요할 때 환자의 현명한 의료 이용을 도와줄 수 있는 의료서비스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지역사회 안에서 포괄적 진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적 일차의료의 회복과 일차의료 의사를 나의 주치의로 정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해 주어야할 것이다.

소비자 선택권 존중, 유연한 도입돼야

최근 제주도에서 주치의제도 도입을 위해 건강주치의 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내년 7월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시범사업을 통해 지속적인 관계 지속이라는 주치의 제도의 기본 하에 우리나라의 의료이용 행태를 감안한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유연하고 좋은 주치의 제도를 성공적으로 제안하고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환자에게 좋은 의사를 만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에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많은 소비자들이 주치의제도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주치의 제도가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활용, 급격히 증가하는 의료비에 대응하여 보건의료 재정 측면에서도 필요할 뿐 아니라 환자, 의료소비자 관점에서도 좋은 건강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제도로 뿌리 내리기를 기대한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