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재판부 “직무대리 검사 소송행위 무효”…이재명 재판에 영향

2024-11-12 13:00:28 게재

법원 “재판 존엄과 국민신뢰 훼손 … 불법관행 용납 안돼”

검찰 “소송지휘 남용·공소진행 방해 … 재판부 기피신청”

법원 초유의 소송지휘가 성남FC 의혹사건 재판부에서 나왔다. 이 사건 공소를 지휘하는 주임검사에 대해 “지금까지 수행한 소송행위는 무효다”며 “법정에서 나가라”고 명령한 것이다. 관할 검찰청이 아닌 다른 검찰청 소속 검사가 공판기일마다 ‘1일 직무대리’ 발령받아 공판검사로 공판에 관여하는 것은 검찰청법 위반이다는 취지다. 이 주임검사는 2023년 9월부터 1년여간 공판검사로 이 재판에 관여해 왔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이 대표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 이 전 부지사 사건을 심리하는 수원고등법원 형사1부(문주형 고법판사)도 다른 검찰청 소속 검사들이 직무대리 공판검사로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형사합의1부(허용구 부장판사)는 11일 두산건설·네이버 전직 임직원, 전 성남시 공무원, 전 성남FC 대표 등 성남FC 의혹 관련 피고인 7명의 뇌물공여·뇌물 등 혐의 사건 공판기일에서 “A 검사의 이 사건 소송 행위는 무효이므로 (A 검사는) 즉각 퇴정하라”고 명령했다.

이날 재판부는 “A 검사는 이 사건 검사 중 서열이 가장 높은 선임검사로 의견서를 작성하고, 증인신문을 하는 등 이 사건 전체를 지휘하고 있다”며 “1일 직무대리 발령이 부적절하므로 검사 스스로 수정하길 요청했음에도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청법 5조 등 위법한 상태가 시정없이 지속되는 상황에 대해 검사 스스로 시정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며 “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이 법정에서 검사의 위법 상태를 그대로 용인하는 것은 재판의 존엄과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는 것으로, 검사의 위법은 어떤 경우에도 인정될 수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 A 검사에 대하여 퇴정을 명한다, 불복할 경우에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 다만, 법령 위반이 있음을 이유로만 신청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검찰청법 5조에 따르면 검사는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속 검찰청의 관할구역에서 직무를 수행한다. 다만, 수사에 필요할 때에는 관할구역이 아닌 곳에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공판검사는 대상이 아니다는 것이다.

검찰근무규칙 4조도 ‘검찰청의 장은 직무수행상 필요하고 또한 부득이한 경우에 한하여 그 관할에 속하는 검찰청의 검사 상호간 또는 일반직 공무원 상호간에 그 직무를 대리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한다.

그런데 A 검사는 부산지방검찰청 소속으로 지난해 9월부터 한 달 단위로 검찰총장 명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직무대리로, 또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기소된 ‘성남FC 의혹’ 사건 공판 때마다 성남지청 검사로 ‘1일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공판검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에 재판부는 “검찰청법 34조 1항은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고 규정돼 있어 검사의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라며 “A 검사에 대해 직무대리 발령한 검찰총장은 검사에 대한 인사권이 없다”이라고 지적했다.

앞선 공판에서 재판부가 ‘1일 직무대리 발령 검사’의 공판 관여를 문제삼자 A 검사는 검찰총장이 직무대리 명령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반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검찰 입장대로라면 총장 명의 발령이면 부산지검 소속 검사인데 서울중앙지검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이중 직무대리 발령도 가능하다는 것 아니냐”며 “1일 직무대리 발령은 편법으로 보여 매우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또 “A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직무대리 발령 후에 서울중앙지검, 서울고검,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5개 사건 공판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는 검찰근무규칙 제4조(직무대리)도 남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측은 관행이라는데 관행이 불법이면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근거로 “A 검사의 이 사건 소송 행위는 무효이므로 즉각 퇴정하라”고 거듭 명령했다.

그러자 A 검사는 “이는 재판부의 소송지휘권 남용이며, 공소 진행을 방해하는 자의적 해석이 명백하다”며 “검사의 공소유지 권한을 전면적으로 박탈하고 직무대리 발령을 받았음에도 재판부가 검찰 내부까지 개입하겠다는 것으로 위법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이어 “즉각 이의신청하고 재판부 기피신청도 하겠다”고 항의했다.

이어 재판부에 휴정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나머지 공판 참여 검사들과 함께 집단 퇴정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검사들이 모두 퇴정해 오늘 재판을 연기한다”며 50여분 만에 재판을 마쳤다.

한편 성남지청 소속 아닌 검사들의 공판참여 논란은 지난 7월 22일 처음 시작됐다. 이 사건 공판검사는 모두 5명으로 1명만 성남지청 소속이다. 나머지 4명은 부산지검, 서울중앙지검, 수원지검, 대구지검 경주지청 검사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임 당시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시 공무원과 공모해 2016~2018년 두산건설·네이버 등 기업들로부터 130억여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은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이에 연루된 공무원과 성남FC 전 대표, 기업 관계자 7명은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고, 이 대표와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 등 2명은 대장동 특혜 의혹 등 사건과 병합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 중이다.

다음 공판 기일은 오는 25일이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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