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친윤-친한 ‘김 여사 특검법’ 놓고 계산법 제각각
민주, 특검법 수정안 제출 … “여당발 이탈표 8표 넘겨라”
친윤, 윤 대통령 입장 좇아 결사반대 … 거부권 건의 예고
친한, 특검법 반대 무게 … 특별감찰관 ‘압박 카드’로 사용
3차 재투표 가결 불투명 … “쇄신 안하면 4차 투표는 몰라”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세 번째 추진된다. 여당 이탈표를 이끌어내 특검법을 관철시키려는 야당과 탄핵의 촉매제가 될 걸 우려해 저지에 나선 친윤(윤석열), 그리고 특검법을 특별감찰관 관철을 위한 지렛대로 이용하려는 친한의 계산법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11일 김 여사 관련 수사대상을 14개에서 3개로 대폭 줄인 ‘김 여사 특검법’ 수정안을 14일 본회의에 올린다고 밝혔다. 수정안은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 △윤 대통령-김 여사의 명태균씨 통한 대선경선 관여 및 불법 여론조사 의혹 △위의 수사 중 인지된 관련사건 등 3개만 수사대상으로 삼았다. 수정안은 특별검사 추천 권한을 대법원장에게 넘기는 ‘제3자 추천 방식’을 택했다. 기존안은 야당에게 특별검사 추천권을 부여했다.
민주당이 수정안을 만든 건 여당 이탈표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다. 친한 일각에서 거론됐던 ‘제3자 추천 방식’을 수용했고, 수사대상을 대폭 줄인 만큼 여당이 더 이상 반대할 명분이 없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28일로 예상되는 재투표에서 여당발 이탈표가 8표를 넘기면서 가결되는 상황을 기대하고 있다. 범야권 의원이 192명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무력화시키려면 여당에서 8명 이상이 이탈해야 한다. 지난달 4일 이뤄진 두 번째 재투표에서는 여당발 이탈표가 4표에 그친 것으로 추산됐다.
대통령실과 친윤은 ‘김 여사 특검법’이 훗날 윤 대통령 탄핵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며 결사반대하는 기류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국민담화·회견에서 “이미 2년 넘도록 수백 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해서 지난 정부 때는 자기네 사람 수사할 때는 ‘이것은 불법이다, 별건 수사는 불법이다’라고 했던 별건의 별건을 수도 없이 이어 가면서 (김 여사 의혹에 대해)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을 조사했다”며 거부권 행사 의지를 분명히 했다. 친윤도 윤 대통령 뜻을 좇아 저지에 집중한다는 의지다. 친윤 추경호 원내대표는 11일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할 경우 즉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강력히 건의할 계획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확인했다.
변수는 친한(한동훈)이다. 친한 일각에서는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과 우려가 커지자, ‘제3자 추천 방식’의 ‘김 여사 특검법’을 여당발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민주당이 내놓은 수정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친한에서는 “수정안도 독소조항이 여전하다”며 반대하는 기류다. 친한 의원은 12일 “수정안에 명태균 의혹을 수사대상으로 넣었기 때문에 수사가 여당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 이유를 밝혔다. 다른 친한 당직자는 “윤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쇄신 의지를 밝혔기 때문에 당분간 시간을 드리는 게 맞다”며 특검법 수정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다만 친한에서는 “특검법을 막을 명분을 만들기 위해 특별감찰관을 도입해야 한다”는 논리로 특별감찰관 도입에 시큰둥한 친윤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친한은 14일 의원총회에서 특별감찰관을 관철시킨다는 구상이지만, 친윤이 순순히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만약 친윤이 특검법에 이어 특별감찰관까지 거부한다면 특검법 반대 명분으로 특별감찰관을 내세웠던 친한의 입장이 곤혹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야당과 친윤, 친한의 ‘김 여사 특검법’을 둘러싼 계산법이 엇갈리는 가운데 28일로 예상되는 재투표에서는 ‘이변’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친윤은 물론 친한도 ‘특검법 반대를 위한 단일대오’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한 당직자는 “이번 3차 재투표에서 (이탈표가) 8표를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난번 수준(4표)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대통령이 약속한 쇄신이 속도감 있게 결과를 내놓지 못하거나, 명태균 의혹 등에서 국민의 분노를 초래할 또 다른 폭로가 나온다면 내년 초쯤 이뤄질 4차 재투표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