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후반 윤 대통령의 새 카드 ‘양극화 타개’
거시적 구조개혁에서 체감도 높은 ‘친서민’ 국정기조로 전환 예고
여당 ‘격차해소’와 일맥상통 … 건전재정 등 기존 기조와 충돌 가능성
임기 후반기에 돌입한 윤석열 대통령이 ‘양극화 타개’라는 새로운 국정기조를 제시했다. 그간 줄기차게 강조했던 4+1개혁이 전사회적 구조개혁을 요구하는 거시적 화두였다면 임기 후반기에는 국민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서민 친화적 양극화 해법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후반기 국정동력 회복을 위한 고육지책이자 국정기조 변화 요구에 대한 수용으로도 해석된다.
11일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임기 후반기에는 소득·교육 불균형 등 양극화를 타개하기 위한 전향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정혜전 대변인이 전했다.
양극화 해소 필요성의 이유로 미 대선을 언급하기도 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양극화가 심화돼 불만이 쌓이며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에서 압승한 이유가 됐다는 것이다.
‘양극화 타개’ 언급과 관련해 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임기 전반기에는 민간의 자유와 창의를 최대한 보장하는 민간 주도 시장경제로 경제 체제를 전환시켜 경제를 정상화시키고 그 틀을 갖추는 데 주력했다”며 “임기 후반기에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세세하게 서민의 삶을 챙기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시적으로는 임기 전반기에 경제 체력이나 기반을 어느 정도 다져놨다”며 “미시적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고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미”라고 추가로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4대 개혁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른 ‘골치 아픈’ 과제를 들고 나온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의원을 지낸 여권 관계자는 “양극화가 미시적이라고 하는데 4대 개혁 못지 않은 거시적 과제”라면서 “국민들이 보기에 대통령이 열심히 하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 더 실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에 대해 국민들이 실망한 이유는 김건희 여사 등 다른 곳에 있는데 엉뚱한 정책 해법만 들고 나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 이후 한숨 돌리기는 했지만 국민들이 기다려주는 것은 길어봐야 연말연초까지일 것”이라며 “이 기간동안 전면적인 쇄신을 속도감 있게 해나가야 하는데 또 무거운 정책만 하나 더 들고 나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양극화 해소 해법으로 주로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거론된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이 강조해온 재정건전성과 작은 정부 기조와 충돌하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다만 현금을 지급하는 형태는 지양할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장바구니 물가 관리나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 등이 있을 수 있다. 재정 문제까지 포함해 양극화를 해소할 정책을 다각적,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강조한 ‘격차해소’와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최근 가까워진 당정간의 거리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한 대표는 당내에 격차해소특위를 구성하는 등 꾸준히 격차 해소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12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말한 양극화 문제와 한 대표가 이야기했던 격차해소는 같은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당정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윤 대통령의 양극화 타개 기조와 한 대표의 격차해소 기조가 시너지를 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당정 관계에 대해 “정부와 여당 모두 심기일전해서 힘을 모아 국민 편에서 다시 뛰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