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 2차 가처분 ‘심문기일’에 고려아연 지분 대규모 매입

2024-11-12 14:18:47 게재

2차 가처분 앞두고 ‘언행불일치’… 사전공시 제도에 PEF는 제외?, 개정안 구멍 지적도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MBK파트너스가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고려아연 지분을 추가로 취득했다.

12일 연합인포맥스 보도에 따르면, 업계에서는 이번 추가 취득과 관련 지분 매입 시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7월 시행된 ‘대주주 사전공시제도’ 취지에 벗어나 법적인 구멍을 활용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 특수목적법인(SPC)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고려아연 지분 1.36%(28만2천366주)를 장내에서 추가 취득했다. 이로써 영풍·MBK 측이 지금까지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율은 39.83%로 확대됐다.

MBK파트너스가 지분 매입을 시작한 지난달 18일은 MBK·영풍 측이 고려아연에 자사주 공개매수를 멈추라는 2차 가처분 소송을 낸 후 심문기일이 열린 날이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2차 가처분의 인용 가능성을 높게 점치며 고려아연 89만원 공개매수가 중단될 수 있다는 의견을 시장에 알렸다.

앞서 회사 돈을 최윤범 회장 개인 경영권 방어에 쓴다는 배임 소지를 따진 1차 가처분(기각 판결)과는 다르게, 미래 투자를 위해 사용할 임의적립금으로 자사주를 취득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논리가 추가됐다는 게 MBK·영풍 측 설명이었다.

시장에서는 가처분 결과를 기다리며 ‘인용’ 가능성에 따른 리스크로 주가 상승이 제한됐고 이를 틈 타 저가 매수에 나서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

실제로 고려아연 주가는 지난달 18일 82만4000원에 마감했다. 고려아연이 89만원 공개매수를 공표한 만큼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까지 오를 가능성이 컸지만, 가처분 소송이란 변수가 영향을 미쳤다.

이후 가처분 ‘기각’ 결과가 나온 21일 주가는 6.43% 상승했고, 고려아연 89만원 공개매수가 마무리된 23일을 기점으로 주가가 150만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황이 기존 주주들에게 가처분 인용 가능성을 알려 주가 상승을 제한하고, 뒤로는 지분을 추가로 취득한 시세 교란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주주들에게는 가처분 승소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알린 후 같은 기간 저가에 지분을 추가 취득한 것”이라며 “가처분 인용 시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불가해 경영권 싸움이 끝날 것으로 본 주주들에게 역선택을 하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심문기일 당일 사법부 분위기를 파악해 ‘기각’ 판결을 예상한 조치일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당시 법원은 MBK·영풍 측이 2차 가처분 소송으로 고려아연 공개매수 시점을 늦추고자 하는 의도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전언이다.

심문기일에서 양측은 약 1시간 반씩 각각의 의견을 피력했고, 최종 위법 판결은 본안 소송에서 따지라는 뉘앙스의 말이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MBK파트너스의 지분 취득은 지난 7월 시행된 ‘내부자 사전공시 의무 제도’를 회피한 사례로 회자되기도 한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 24일 내부자의 주식거래에 대해 일반투자자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회사의 내부자인 임원 또는 주요주주(10% 이상 주식 보유 혹은 사실상 영향력 행사 기준)가 회사의 주식을 매수·매도하는 경우 30일 전에 미리 공시해야 한다.

주요 주주는 10%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거나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개인 및 기관에 해당한다.

대상이 되는 주식도 지분증권을 포함해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관련 증권예탁증권 등이 모두 포함된다.

기보유한 주식뿐 아니라 잠재적으로 지분으로 전환될 수 있는 지분에 대해서도 사전공시를 의무화한 것이다.

다만, 연기금과 펀드 등 집합투자기구와 은행, 금융투자회사 등 재무적 투자자들은 사전공시 의무자에서 제외됐다.

이미 자체적인 내부 통제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미공개정보 이용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다.

여기서 쟁점은 이번 고려아연 사태에서 MBK파트너스가 집합투자기구에 포함되는 재무적 투자자에 해당하느냐는 점이다.

영풍 측과 향후 지분을 교환할 수 있는 풋옵션·콜옵션 계약을 맺은 상태로, 사실상 이번 경영권 분쟁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MBK파트너스의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지난 9월 이미 28% 이상의 지분을 취득했다고 알린 바 있다. 사실상 영풍과의 특수관계자 지위인 셈이다.

최근 경영권 분쟁에서 사모펀드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당국의 개정안에 실효성 논란이 일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 측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2조5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급히 철회하고, 또 한 번 지분 매입 싸움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 측은 사전공시 의무 대상자에 해당해 공시 이후 최소 30일 이후 추가 지분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려아연 측은 사전 공시를 하고 한 달 이후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데 이는 PEF를 상대로 한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매우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수 있다”면서 “이번 사례를 통해 사전공시제의 구멍이 있다는 점이 부각될 수 있고, 개정안의 취지에 맞는 재개정 필요성이 대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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