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이민석 성균관대 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

2024-11-13 10:06:46 게재

AI를 영리하게 활용해 보다 나은 세상 만들 거예요

<문학> 시간에 김유정의 <금 따는 콩밭>을 배웠다. 문학적인 표현보다는 당시 지주와 소작농, GDP 통계 자료가 궁금했고 그렇게 사회에 관한 관심이 시작됐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다 보니 길을 찾았다. 이제부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인공지능 활용법’에 전념할 계획이다.

이민석 | 성균관대 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인천 인제고)

이민석 | 성균관대 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인천 인제고)

사진 이의종

여러 방식으로 답 구하는 수학 흥미진진

2016년 봄, 초등학생이었던 민석씨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가 바둑 천재 이세돌을 4승 1패로 꺾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날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알파고를 알기 전까지는 특별한 꿈이 없었어요. 다만 수학을 잘하고 좋아했죠. 그날은 AI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시대가 시작된 것 같아서 왠지 두렵기도 했어요.”

긍정적인 의미의 충격은 민석씨에게 수학을 통해 인공지능을 올바르게 활용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심어줬다. 민석씨는 바쁜 고3 때도 실력을 점검하고 싶어서 ‘확률 통계 토너먼트 대회’에 참가하고 수상할 만큼 수학에 진심이었다. 그가 생각하는 수학의 매력은 뭘까.

“답이 명확한데 정답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개예요. 공식을 유도하는 과정도 흥미롭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답을 구하는 것이 재밌어요.”

민석씨는 고등학교 3년 내내 수학 동아리 ‘라디안’에서 활동했다. 학생 위주로 진행되는 과정이 마음에 들었고 동아리 부원과도 사이가 좋았다. 2학년 땐 동아리 차장을 맡아 직접 수학 체험전을 운영했고 3학년 땐 강연도 했다.

“통계와 관련된 머신러닝과 딥러닝 알고리즘을 주제로 탐구 발표를 했어요. 알고리즘을 따로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혼자 공부했고, 강연자로서 책임감도 무거웠죠. 대학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의미 있었던 경험이에요.”

사회에 대한 다양한 관심, 탐구 활동과 연결

민석씨는 통계학을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을 각 과목과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영어Ⅰ>의 영화 소개 프로젝트에서는 평소 좋아하는 영화 <머니볼>을 소개하면서 야구 선수의 성과를 분석하고 평가하기 위한 세이버메트릭스 통계를 영작문에 담았다. 주식 시장 예측, 빈곤과 불평등 문제, 마약 음료 시음 사건 등 주요 시사 이슈를 빅데이터와 통계학으로 연결한 비결은 뭘까?

“사회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했어요. 신종 범죄의 밑바탕에도 빅데이터와 통계학이 깔려 있다고 생각해요. 범죄자도 AI를 이용해 표적을 정하고 각종 위법 행위를 하기 때문에 AI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AI의 부정적인 면도 반드시 살펴서 인간의 삶을 발전시키는 데 써야 하고요. 저는 유의미한 빅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서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기에 진로와 AI를 연결하는 탐구 활동이 수월했죠.”

2학년 때는 일반선택 과목으로 <물리학Ⅰ> <화학Ⅰ>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을 모두 들었다. 3학년 땐 내신 부담이 적고 탐구 활동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진로선택 과목의 비중을 늘렸다. 덕분에 수능 공부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정시 모집에 집중하는 ‘정시러’가 있는가 하면 수시에 강한 ‘수시러’가 있다. 하지만 민석씨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염두에 두더라도 수능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능과 내신 공부를 나누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전략은 필요합니다. 저는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염두에 뒀기에 백분위보다 등급이 중요했어요. 때문에 언어 영역에서 <언어와 매체> 대신 <화법과 작문>을 선택했고요. 고3 때 보는 수능은 한 번뿐이니까 최선을 다해야 하거든요.”

AI 활용해 세상을 올바로 이끄는 개발자가 꿈

성균관대 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는 올해 신설된 계약학과다. 삼성전자 DX 부문 연계해 5년제 학·석사 과정으로 운영된다. 전 과목 내신 성적이 최상위권이었던 민석씨는 고민 끝에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했다. 서울대 통계학과와 연세대 신소재공학부 2차 면접에서 아쉽게 불합격했고, 한양대 기계공학부와 성균관대 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는 합격증을 받았다.

“계약학과가 진로 선택의 폭이 좁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AI를 좀 더 깊게 공부할 수 있고, 삼성전자 DX 부문에는 중 로봇공학,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가 있어서 큰 걱정은 없었어요. 빠르게 변화하는 인공지능 세계에서 살아 있는 기술을 배우고 싶어요. 대학을 1년 다녀 보니 제 선택이 맞았다는 확신이 들어요.”

민석씨의 졸업 후 꿈은 모바일 AI 기술 개발자다. 충분히 경험을 쌓은 후엔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바꾸는 프로그램을 개발해보고 싶다고. “AI가 인간의 영역을 뺏는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인간이 AI를 영리하게 활용해야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를 따라가기보다는 세상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취재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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