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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시대, 한반도 정세 급변 예고

2024-11-15 13:00:03 게재

더 세고 노련해진 트럼프가 돌아왔다. 지난 11월 5일에 치러진 미국 동시선거에서 트럼프 후보가 제47대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상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모두 승리해 다수당이 되었다. 이처럼 공화당이 3관왕을 차지했기 때문에 다음 중간선거 때까지 적어도 2년 동안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추진이 순풍을 맞게 되었다.

트럼프 2.0시대가 우리에게 주는 함의는 무엇인가? 트럼프의 대전략은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걸며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의 등장을 차단하는 역외균형 전략을 기본으로 한다. 또한 동맹국에겐 가치보다 국익을 중시하는 거래중심적 동맹관으로 대하고, 적대국에 대해선 러시아와 손잡고 중국을 견제하는 역(逆)닉슨(reverse-Nixon) 전략을 취하고 있다.

역(逆)닉슨 전략으로 중국 견제에 집중

트럼프 제2기 행정부는 모든 외교력을 중국과의 총력전에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행정부는 중국과의 전면대결을 피해 전략경쟁, 디리스킹과 같은 순화된 용어를 썼다. 하지만 트럼프 진영의 사람들은 신냉전, 디커플링 용어를 쓰기 시작했고 제1기 행정부 때 러시아 커넥션 의혹 때문에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던 역닉슨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태세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과거 닉슨 대통령이 중국과 손을 잡아 소련을 포위했듯이 이번엔 역으로 미국이 러시아 리스크를 해소한 뒤 중국 포위망 구축에 집중하려고 한다. 트럼프 본인이 아직 사법리스크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지만 러시아 커넥션 의혹은 어느 정도 해소됐기 때문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종식을 통해 미·러관계 회복에 나설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종식을 호언해왔다. 특히 밴스 부통령 당선인은 대선에서 승리하면 러시아가 현재 점유한 영토를 유지하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인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정전을 구상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은 전쟁 조기종식으로 러시아를 끌어들여 중국 포위망을 완성하지 못한다 해도 적어도 중국문제에 집중할 여력을 확보하려 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할 역닉슨 전략의 성패는 미국이 중국의 반격을 얼마나 잘 방어할 것인가 하는 점 외에도 ‘적과의 동침’에 대한 미국 내부와 동맹국들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 것인지에 달렸다.

북 비핵화 대신 핵군축 협상 나설 듯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 한반도 문제를 어떻게든 봉합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미 국익에 부합하면 독재정권과도 손잡을 수 있다는 커크패트릭 독트린에 따라 북한과의 적대관계 해소에도 나설 전망이다. 바이든행정부의 대북관리 정책에서 벗어나 핵군축 협상을 추진해 북핵문제에 대해 잠정해결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 내에서 이미 초당파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4년도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강정책에서 모두 ‘비핵화’ 용어가 삭제됐을 뿐만 아니라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도 미국측 요구로 ‘비핵화’가 빠지고 “북한의 핵개발을 단념시키고 지연시키는 노력”으로 대체됐다.

현재 트럼프 측근들은 완전한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영변 핵시설을 완전히 폐기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전량 폐기한다면 북한과 타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대급부로는 대북제재 부분 완화, 주한미군 일부 감축, 대규모 한미군사연습 중단, 전략자산 정례적 방한 중단, 연락사무소의 상호 설치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대로 김정은이 협상에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의 쓴맛을 본 북측은 핵무기보유국 지위를 헌법에까지 명시하고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은 러-우 전쟁 종전, 중국의 태도 등 국제안보환경을 지켜보면서 대화에 나설지 타산할 것으로 보인다.

방위비 재협상,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은 제1기 행정부 때는 주한미군 철수 카드로 압박하며 기존보다 5~6배 인상한 방위비분담금 50억달러를 요구했지만 지금은 9배가 넘는 매년 100억달러를 내놓으라고 협박하고 있다. 지난 10월초 한미가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2026~30)’을 체결했지만, 이는 의회 동의가 필요 없는 행정협정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재협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한미군 철수는 압박카드를 넘어 현실 정책이 될지 모른다. 미국은 한국·일본에 미군이 과잉 배치되어있는 반면 동남아에는 미군 병력이 부족해 고심해 왔다. 주일미군과 달리 주한미군은 북한군 억제에 초점을 맞춰 지상군이 주축이고 평택 미군기지 한 곳에 밀집 주둔해 있어 중국 견제에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가방위전략(NDS)’의 해외미군재편계획에 따라 주한미군 가운데 6000여명을 빼내는 방안은 이미 검토가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 철수한 미군 병력은 필리핀에 신설될 4개 기지에 배치될 예정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상하 양원까지 다수당이 되기 때문에 주한미군 최소 2만2000명 유지를 명기한 ‘국방수권법’을 수정해 그 이상의 병력을 감축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동남아에 재배치하기 위해 일정 규모의 주한미군을 빼내려면 한반도 정세의 안정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해 북한과 타협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정부가 미국의 대북 협상에 반대하거나 방해할 경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과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꺼내 압박할 가능성도 높다.

대외정책 대전환, 외교안보라인 쇄신 필요

트럼프 후보의 당선에 윤석열정부는 곤혹스럽지 않을 수 없다. 당장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이 첫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북·미 직접 대화와 핵 군축 협상이 이루어질 경우 ‘한국 패싱’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강경 일변도의 대북 정책을 대전환해 남북대화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동아시아 정세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이미 만들어진 한·미·일, 한·일 안보협력과 같은 남방삼각의 기본 틀은 당분간 유지 필요성이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국익을 중시하는 만큼, 남방삼각 협력을 유지하더라도 우리는 우리 국익에 맞게 북방 삼각과의 관계 복원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지역정세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한반도 정세를 안정화하기 위해 한·중 관계를 정상궤도로 올려놓고 한·중·일 지역협력을 복원해야 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종식에 대비해 북·러 접근에 대한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면서 한·러 관계의 더이상 악화를 막아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설에 따른 살상무기 제공 등 과잉 대응은 금물이다. 윤석열 정부의 오판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회는 입법을 통해 분쟁국가에 대한 살상무기 제공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

트럼프 2.0 시대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에 따른 방위산업을 강화하고 전작권 환수를 이루어 자주국방의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트럼프의 방위분담금 인상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미국에게 필요한 군함 수리 및 신형 군함 건조 등 방산협력으로 대신하도록 한다. 아울러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위한 마지막 검증평가의 조기 실시로 ‘한국 안보의 한국화’를 서둘러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가치와 진영보다는 국익을 중시하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정부도 대외정책을 국익 중심으로 대전환해야 한다. 윤석열정부에서 대외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해온 인사들이 가치외교 진영외교의 중심에 있던 전사들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앞서 정책전환의 걸림돌이 되는 외교안보라인도 전면 쇄신해야 한다.

조성렬 경남대 군사학과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