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책임의료기관 없는 중진료권 15곳

2024-11-18 13:00:03 게재

주민 필수의료 안전망에 구멍 … “공공임상교수 도입, 정부 재정지원 뒷받침돼야”

지역주민의 필수의료를 책임지는 지역책임의료기관이 없는 중진료권(전체 70개)이 15곳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 넘는 지역의 필수의료 공급에 구멍이 생겼다는 의미다. 이에 지역책임의료기관 역할을 다하기 위해 공공임상교수제를 도입해 적절한 의료인력을 갖추고 정부 재정지원을 통해 필수의료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김주경 입법조사관은 최근 입법조사처가 발행한 ‘이슈와 논점’에 게재한 ‘지역의료체계 내 책임의료기관의 역할과 과제’ 보고서에서 “지역 책임의료기관이 지정되어 있지 않은 중진료권이 15개 지역(21.4%)으로 해당 지역 내에는 필수의료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어디가 아파서 오셨나요’ 9월 15일 오전 충북 충주의료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추석 연휴에도 묵묵히 환자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지역 내 필수의료 자체 충족을 위해 17개 대진료권과 70개 중진료권에 공모를 거쳐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하고 지역 내 기관 간 연계·협력 업무를 맡겨 의료자원 이용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 2019년부터 권역 및 지역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해 협력 네트워크 구축 사업을 운영 중이다. 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되면 공공의료본부를 설치하고 응급 외상 심뇌혈관질환센터 등을 갖추고 지역의료기관들과 필수의료협의체를 갖춘다.

지정된 55개 지역 책임의료기관 중 42개소(76.4%)가 공공병원이다. 지방의료원이 31개소로 가장 많다. 전국 지방의료원 35개 중 종합병원급 지방의료원 31개소가 모두 지역 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됐다. 지방의료원 외 나머지 24개 기관은 적십자병원 사립대학병원 민간종합병원 국립대학병원 등이다.

그런데 지역책임의료기관이 지정되어 있지 않은 중진료권이 15개 지역(21.4%)이다. 공모를 통해 신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심사 후 지정하는 방식인데 2025년 이들 지역에서 지역 책임의료기관의 지정을 신청할 기관이 있을지 불확실하다.

지방의료원의 운영비는 지자체가 거의 전적으로 부담하는데 지자체별 운영비 지원의 차이가 커서 경영수지 적자인 지방의료원의 재무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 장비 현대화가 이루어졌으나 투자 장비·시설 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인건비 사업운영비 등 지자체 부담 운영비가 확보되지 않아 확충된 시설·장비를 제대로 사용치 못하는 사례도 있다.

대다수 지방의료원은 시설규모가 작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렵다. 지역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이 진행되는 와중에 2020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어 팬데믹 기간 3년 동안 감염병에 대응하였다. 이후 의료인력의 소진과 유출로 인해 지역 책임의료기관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역량이 전반적으로 저하된 상황이다. 2019년 평균 80.50%였던 35개 지방의료원의 병상가동률이 2023년 6월 46.4%로 저하됐고 환자 수 감소가 경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공익적 목적을 위해 지방공사의료원에서 지방의료원으로 전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독립채산제 원칙을 고수하여 민간기관과 다를 바 없이 운영하도록 함으로써 지방의료원에 공적 재원을 투입할 명분을 잃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그리고 의사인력 확보가 여의치 않다. 현재 국립대학병원에서 공공임상교수제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공공임상교수제는 기존 임상교수와는 별도 트랙으로 임상교수(정원 150명)를 채용하여 대학병원과 지방의료원을 순환 근무하도록 하는 사업으로, 인건비의 50%를 국비로 지원한다. 그런데 2023년 6월 기준 150명 정원 중 채용된 인원은 24명(16%)에 그쳐 권역 책임의료기관의 의사 파견 업무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김 입법조사관은 “책임의료기관 지정제는 수익성이 낮은 필수 보건 의료분야의 공급 부족, 지역 내 서비스 간 연계 미흡, 의료의 공공성 저하 등을 개선하려는 모델”이라며 “공공임상교수제를 통한 의료인력의 원활한 공급과 정부 재정지원이 수반될 때 실효성을 거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공공임상 교수제’가 충원율을 높여 실효성을 담보한 정책이 되도록 행정적·재정적 지원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국립대학병원 설치법’에 ‘공공임상교수요원’ 조항을 신설하여 교육·수련은 차치하고 단기적으로는 인력 파견에 충실할 것이 요구된다. 권역 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된 사립대학병원에도 국립대학병원에 도입할 ‘공공정책수가’와 같은 유인책을 시행하여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권역·지역 책임의료기관의 역할이 각기 다름에도 불구하고 현행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이 이를 구분하여 적시하지 않아서 각급 책임의료기관이 준수사항과 역할 등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관련 법규 개정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정부는 지역 책임의료기관이 질환 유형·중증도·긴급도별로 지역 내 이송·전원·의뢰 등을 실행할 수 있도록 지침·모델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도서·벽지 등 일부를 제외하고 전국이 일일생활권 내에 있어서 빅5 병원 등 수도권 대형병원에 대한 이동 편의성·접근성이 충분히 높기 때문에 굳이 지역 책임의료기관에 투자하여 중진료권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수도권과 광역시의 상급종합병원에 진료받기 위해 지역 주민이 시간비용·교통비용·체류비용 등 의료비 외 간접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쳐 치료 가능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김 입법조사관은 “고난도 필수의료나 초고가장비를 활용한 특수치료 등을 제외한 필수의료 제공으로 지역 내에서 최종 치료 완결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상 인구감소지역(제2조제9호)에 위치한 지역 책임의료기관의 경우, 향후 인구감소로 지방재정이 악화될 것이 예견되므로 국가가 이들 지역 책임의료기관 운영비의 일부를 보조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독립채산제와 책임경영 원칙에 따른 기관 운영방식이 지방의료원이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공공 기능 수행에 따른 적자’를 산정해 이 부분을 정부 재정으로 보전할 필요가 있다.

조승연 한국지방의료원협회장은 “민간의료기관이 지역필수의료에 참여하도록 노력해 왔으나 수익을 우선하는 민간으로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결국 지역공공의료를 강화하지 않고서는 지역완결의료체계를 갖출 수 없으니 필수의료의사 확보를 위한 공공의대 설치와 지방공공병원 강화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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