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없이 부처별 앞다퉈 펀드 조성

2024-11-18 13:00:07 게재

투자비율 어기는 상황도 발생 … "민간과 정책펀드 역할 정립 필요"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정부부처가 조성한 정책펀드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18일 예정처에 따르면 정책펀드는 국가정책으로 중요하나 시장실패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자금공급 촉진을 위해 정부재정을 지분투자하는 지원방식이다.

2005년 중소기업모태펀드를 시작으로 2010년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가 조성됐다. 노후산업단지 업종고도화를 위한 산단환경개선펀드(2011년), 연안선박현대화펀드(2016년), 한국산업은행 정책펀드(2018년), 글로벌플랜트·건설·스마트시티(PIS)펀드(2019년), 원양어선안전펀드(2019년) 등 각 부처별로 정책목적에 따라 정책펀드 조성이 이어졌다.

2024년부터 지역활성화투자펀드, K-콘텐츠·미디어전략펀드 등 개별부처의 정책펀드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2025년 예산안에도 글로벌리그펀드, K-방산수출성장펀드 등 신규 펀드들이 다수 편성돼 있다. 2025년도 정책펀드사업 예산안은 14개 부처에서 1조8444억원을 편성했다. 지난해보다 1592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부처별로는 중소벤처기업부(5000억원), 문화체육관광부(3830억원), 금융위원회(3700억원), 산업통상자원부(1193억원) 순이다.

정책펀드는 투자대상에 따라 벤처형펀드와 비벤처형펀드로 구분된다.

벤처형펀드는 성장가능성이 있는 벤처기업 등에 자금을 공급하고 주식공개(IPO), 매각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중소기업모태펀드,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 한국산업은행 정책펀드인 혁신성장펀드가 대표적이다.

비벤처형펀드는 특정사업 수행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형과 무이자 대출로 지원되는 융자형이 있다.

정책펀드는 일정기간이 지난 후 회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최근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다만 시장실패 완화라는 정책목적과 동시에 민간자금을 끌어내기 위해 적정수익률을 달성해야 하는 어려움을 해결해야 한다.

문제는 정부차원의 계획없이 각 부처에서 경쟁적으로 펀드를 조성하면서 지원분야 중복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격차 분야 투자대상이 중복된다.

2024년 중소기업모태펀드에서는 ‘스타트업코리아펀드’를 조성해 초격차 세컨더리 K-글로벌 분야에 투자한다. 이 중 초격차 분야는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 모빌리티, 로봇, 빅데이터, 인공지능(AI0 등을 포괄한다. 산은 정책펀드도 혁신성장펀드(혁신산업+성장지원)를 통해 로봇 바이오 AI 등을 지원한다.

산은 혁신성장 뉴딜펀드 투자는 첨단제조·자동화 에너지 건강·진단 지식서비스 등 분야가 광범위하다. 이는 혁신성장 뉴딜펀드 분야 중 차세대 진료, 스마트 헬스케어는 중기모태펀드 보건계정과, 영화·방송·음악·애니메이션은 중기모태펀드 문화계정, 스마트팜은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의 스마트팜 농업분야와 투자대상이 중복된다.

2024년부터 산은이 조성한 성장사다리펀드2의 경우에도 AI 로봇 반도체 에너지 부분을 주 투자대상 분야로 선정했다.

예정처는 “중기모태펀드는 초·중기단계에, 한국산업은행은 중·후기단계에 투자대상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실제 업력별 투자비율을 살펴보면 이러한 구분을 하고 있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2011년 정부는 ‘정책펀드 운용 효율화 방안'를 통해 기업 성장단계별 중점 투자분야를 설정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중소기업모태펀드는 초기(3년이내), 초기성장(3~7년), 해외진출 등 시장실패분야를 담당하기로 했다. 당시 한국정책금융공사는 성장단계와 중간회수시장 분야를 담당하기로 했다.

민간자본을 끌어 들이기 위해 정책펀드 투자비율을 어기기도 한다.

실제 최근 5년 동안 선정된 중소기업모태펀드 자펀드 중 모태펀드 출자비율이 주목적 투자비율보다 높은 경우가 8건이다.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 자펀드 중 모태펀드 출자비율이 주목적 투자비율보다 높은 경우는 30건에 달했다.

예정처는 “정부는 민간 벤처모펀드시장의 성숙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동시에 중소기업모태펀드로 하여금 취약한 시장실패 분야에 집중하도록 하는 등 민간과 정책펀드의 역할을 정립할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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