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정국 반전 넘어 재집권까지 기대감 ‘상승’
이재명 1심 유죄에 여권 “정국 반전 기회” 반색
“반사이익 안주 말고 쇄신에 속도내야” 경계도
야권 친명·비명 갈려 내전 예상, 대선 호재 판단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자, 여권이 “국정 위기를 극복하고 정국을 반전시킬 기회를 잡았다”며 반색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 집중되던 여론의 시선이 야당으로 옮겨갈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재판 결과에 따라 야권 내부의 분란도 커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재집권에 청신호가 울렸다”는 기대감까지 엿보인다.
18일 여권은 이 대표의 1심 판결을 겨냥한 총공세에 나선 모습이다. 한동훈 대표는 주말 사이 이 대표와 민주당을 비판하는 SNS 메시지를 9건이나 쏟아내면서 기세를 올렸다. 윤 대통령 부부에 집중됐던 민심의 시선을 이 대표와 민주당으로 옮겨가도록 만들 좋은 기회로 판단한 것이다.
한 대표는 “지난 15일 흔한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통상적인 결과가 나온 것이고, 25일 역시 흔한 위증교사 재판에서 통상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는 25일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재판에서도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유죄가 잇따르면 야권을 향한 비판적 민심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여권이 정국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여권 내에서도 “반사이익에 안주하면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도 엿보인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18일 “이 대표에 대한 유죄 판결이 잇따르면 민심 지형이 우리에게 유리해질 가능성은 있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안주해 쇄신을 중단하면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쇄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도 비슷한 인식을 내비쳤다. 한 대표는 SNS를 통해 “우리는 반사이익에 기대거나 오버하지 않고 민심에 맞게 변화와 쇄신하고 민생을 챙기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의 열쇳말로 제시한 ‘소득·교육 양극화 타개’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퇴직 직후인 지난 2021년 5월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을 만나 자영업자 문제를 논의했을 만큼 정치입문 전부터 양극화 타개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고 설명한다.
다만 양극화 이슈를 통해 서민과 중도층 지지를 회복하는 효과도 염두에 둔 눈치다. 집권초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위기를 맞았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친서민중도실용주의를 내세워 지지도를 반등시켰던 전례가 참고 됐을 것으로 보인다. 집권 첫 해 20%대(한국갤럽 기준)까지 추락했던 이 전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친서민중도실용주의를 내건 이후 반등해 2년차에는 40%대로 올라섰다.
여권은 윤 대통령이 약속한 내각과 대통령실의 인적쇄신도 조만간 실시될 것으로 예상한다.
여당도 정책과 민생에 집중하는 모습을 통해 사법위기에 빠져 허우적대는 야당과 차별화한다는 구상이다. 한 대표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 1심 판결 이후에는 지역과 민생현장을 챙기는 일정을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여권에서는 2027년 대선에 대한 기대감도 은근슬쩍 커지는 모습이 엿보인다. 당초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 부부를 향한 비판적 민심이 극대화되면서 “재집권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컸다. 하지만 이 대표 유죄 판결이 나오자 “상황이 바뀌었다”는 반응이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민주당이 이 대표의 유죄 판결을 수용해서 대책을 마련하는 대신 ‘정권 탄압’ 운운하며 다음 대선이 임박할 때까지 버틸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여권에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대선 출마 여부와 상관없이 야권이 내전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여권에게 유리한 지형이 형성될 것이란 계산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