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계감사가 마지막…’ 인식하면 감사인 독립성 강화된다
2018년 이후 최종감사 인지, 계속감사 보다 감사품질 높아
회계개혁으로 ‘감사인 선임기한 단축’ 시행 … 정책효과 나타나
기업 회계감사를 맡은 외부감사인이 다음해에 교체된다는 점을 인지, 해당 기업에 대한 마지막 감사라고 여기면 독립성 강화로 이어져 감사품질이 향상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017년 이전에는 기업에 대한 외부감사 기간 중에 다음 연도 후임 감사인 선임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서 감사인이 이번이 최종 감사인지 여부를 인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외부감사법이 전면 개정된 2018년 이후부터는 감사인 선임기한이 단축되면서 기업 감사 기간 중에 다음해에도 해당 기업의 감사를 맡게 되는지 여부를 알 수 있게 됐다.
18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한국회계학회가 발간한 회계저널(2024년 10월호)에 실린 논문 ‘감사인 선임기한 단축이 최종감사의 감사품질에 미치는 영향’에는 감사인 선임기한 단축의 정책효과를 확인하는 내용의 연구결과가 담겼다.
논문을 작성한 전규안 숭실대학교 회계학과 교수와 전용석·정우창(숭실대 회계학과 박사과정)씨는 “개정 외부감사법에 따라 감사인 선임기한을 앞당김으로써 감사인의 독립성을 제고시켜 자유선임하에서도 감사계약 마지막 연도에 감사인이 더욱 독립적으로 감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의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계속감사 기간 길어지면 유착으로 감사독립성 약화 우려 = 앞선 연구에서는 계속감사 기간이 길어지더라도 독립성 훼손 요인보다는 전문성 요인이 더 크기 때문에 계속감사가 감사품질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등의 분석 결과가 많았다. 감사인이 기업에 대한 이해와 산업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계속감사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계속감사 기간이 길수록 기업과 감사인의 유착 관계로 인해 독립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유착을 막고 감사인의 독립성 향상을 위해서는 감사인 교체가 필요하다는 점이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것이다.
2017년 이전 외부감사법은 차기 감사인 선임을 사업연도 개시일 이후 4개월 이내에 하게 돼 있어서 감사인은 대부분 통상적인 감사보고서 발행일 이후에 감사인 변경 여부를 최종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금융당국이 특정 감사인을 지정하는 경우가 아닌, 기업이 자유선임 하는 경우 마지막 감사 여부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2018년 이후부터는 감사위원회 의무 설치 기업(직전 사업연도말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기업)은 사업연도 개시일 이전에 차기 감사인을 선임해야 하고, 나머지 기업은 사업연도 개시일 이후 45일 이내에 선임해야 하는 것으로 외부감사법이 개정됐다. 이 때문에 감사인은 감사보고서 작성 중에 최종 감사 여부를 알 수 있게 됐다.
전 교수 등은 2017년 이전 기업들의 자료를 바탕으로 인지되지 않은 최종감사와 계속감사 간에 감사품질의 차이가 있는지, 2018년 이후 기업들의 경우 인지된 최종감사와 계속감사 간에 감사품질 차이가 있는지 등을 분석했다.
감사품질은 재량적 발생액으로 측정했다. 재량적 발생액은 경영자의 재량에 따라 기업이 이익을 달리 측정하는 것을 말한다. 재량적 발생액이 적을수록 감사품질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4662개 표본을, 2018년부터 2020년까지 4108개 표본 등 총 8770개를 분석했다.
연구결과 2017년 이전 인지되지 않은 최종감사와 계속감사 간에 재량적 발생액의 차이는 없었다. 감사품질에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2018년 이후는 최종감사를 인지한 경우의 재량적 발생액이 계속감사의 재량적 발생액보다 작다는 결과가 나왔다. 최종감사를 인지한 경우 감사품질이 높았다는 의미다.
◆주기적 지정제 3년차에 효과 = 또 2017년 이전의 최종감사를 차기감사가 자유선임인지 지정감사인지에 따라 구분해 최종감사 간의 감사품질을 분석한 결과, 차기 감사가 지정감사라서 최종감사임을 인지한 경우가 그렇지 않았을 때에 비해 유의적으로 감사품질이 높다는 결과도 나왔다.
전 교수 등은 “개정 외부감사법에 따른 감사인 선임기한 단축으로 감사보고서 발행 전에 감사인 교체 사실을 인지하게 된 최종감사인은 더욱 독립적이고 엄격한 감사를 수행해 감사품질을 높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회계저널에는 주기적 감사인지정제(기업이 감사인을 6년간 자유 선임했다면 이후 3년은 금융당국이 지정)를 시행한 결과 감사인 교체 3년차에 감사인의 독립성 강화에 따른 감사품질 효과가 크다는 연구결과도 실렸다.
논문을 작성한 공경태 전주대학교 회계세무학과 교수는 “그동안 선행연구는 주기적 지정제가 감사보수와 감사시간을 약 2배로 상승시켜 기업이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은 크지만 효익 측면에서는 다소 회의적이었다”며 “그러나 이번 연구는 주기적 지정 교체 기업을 계속 감사기업과 직접 비교함으로써 주기적 지정제가 감사인의 독립성을 제고하고 교체 감사 3년 차에 전문성을 개선해 감사품질의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긍정적 측면의 실증적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