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뗀 이준석, 판도라 상자 되나
윤 대통령 부부 ‘포항·서울강서구 공천 개입’ 주장
이, 국민의힘 당 대표 때 윤과 갈등 … 추가 폭로 관심
명태균 사건 검찰 소환 대비 ‘방어권 행사’ 분석도
명태균씨에게서 시작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폭로’가 이제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으로 번져가고 있다.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한 대통령의 해명에 대해 ‘말미잘 같다’고 비판했던 이 의원은 경북 포항시장과 서울 강서구청장 공천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 부부가 관여했다고 직접 입을 열었다.
국민의힘 당대표 시절 당시 윤 대통령 당선인과 갈등을 겪었던 이 의원이 향후 어떤 내용을 공개할지에 따라 파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윤, 원칙 아닌 사람별로 개입” = 이 의원은 지난 15일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국민의힘 대표였던 자신에게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북 포항시장과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로 특정인의 공천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포항시장 후보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 보도와 관련해 “(김정재 당시 경북)도당위원장이 반발하면서 대통령이 나한테 ‘공천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계속 얘기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원래 공천이라는 게 당협위원장 의견을 들어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자 이 의원은 “아니다. 바로잡아야 한다”고 맞섰다고 밝혔다.
포항 지역 현역의원·당협위원장이자 도당위원장이던 김정재 의원이 윤 대통령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며 다른 인사의 공천을 요구했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이 의원은 지방선거 당시 서울 강서구청장 공천에도 윤 대통령이 김태우 전 구청장 공천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강서구 당협위원장 셋이 (김태우 공천에) 다 반대하는데 이렇게 가면 안 될 것 같다”고 하자 윤 대통령이 “그 사람들은 맨날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다. 지면 민주당을 돕는 일 아니냐”라고 했다고 이 의원은 말했다.
이 의원은 “포항은 당협위원장·도당위원장 말 들어서 공천하라고 하고, 강서구는 ‘그 사람들 이상하니 민주당 좋은 일 하면 안 된다’고 김태우를 (공천)하라고 했다”며 “원칙이 아니라 되는 대로 말하는구나, 사람을 보고 인별(人別)로 구체적으로 개입하는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이-윤간 갈등, 내용 더 나올까 =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이 의원과 윤 대통령 후보(또는 당선인)는 갈등의 골이 깊었다.
이번 폭로를 통해 양측 갈등의 이면에 공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 확실히 드러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을 당시 양측은 김종인 전 위원장의 총괄 선대위원장 합류 여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이 의원은 김 전 위원장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었지만 이른바 ‘윤핵관’이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에 강하게 거부하며 처음 맞붙었다.
이후 이 전 대표의 성 접대 의혹이 불거지면서 당시 윤핵관 그룹은 국민의힘의 비대위 체제 전환을 주도했고, 결국 비대위 출범으로 이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 자동 해임된 바 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성 접대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의 배후에 윤핵관이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두 사람 간 ‘구원’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에서 최근 공천 개입 혐의로 명씨가 구속된 후 검찰 소환조사 대상으로 자신이 거론되자 방어권 행사 차원에서 이 의원이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