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사업주의 두 얼굴

2024-11-19 13:00:07 게재

가족 명의로 ‘5인 미만 사업장’ 위장 … “근로감독관은 합의 종용·합의불원서 강요”

1억원 이상 고액기부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인 사업주가 실질적으로 하나의 P카페를 가족 명의로 쪼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게다가 피해 진정인에게 대전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은 합의 종용하고 처벌불원서를 강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당 비상구는 19일 대전 서구 대전고용청 앞에서 ‘5인 미만 위장 대전 P카페 집단진정·근로감독청원 접수, 담당 근로감독관 징계 및 재발방지 대책 요구, 대전고용청장 면담’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10월 말 정의당 비상구 제보에 따르면 대전 P카페는 유명 음식점 등을 수십개 운영하며 직원 3000명이 넘는 회사를 운영하는 J씨다. J씨는 P카페를 창업하면서 대전에 3개의 지점을 배우자 아들 딸 등 가족명의로 쪼개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근로기준법(근기법) 11조에 따르면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한정해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받지 않는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은 주 52시간 제한, 연차유급휴가, 연장·야간·휴일 가산수당, 휴업수당, 생리휴가 제공의무, 부당해고 구제 등을 적용받지 못한다. P카페 직원들은 3개 지점을 형식적인 입·퇴사 절차도 없이 옮겨다니며 근무했고 관리자 역할을 하는 실장은 단체 카톡방에서 3개 지점을 한꺼번에 관리했다. 심지어 J씨가 운영하는 음식점 명의로 급여가 들어오기도 했다.

근로계약서에 ‘협력업체간 이동근무 가능하다’고 표시됐고 급여에 ‘연장·야간·연차 수당 전부 포함’된 포괄임금제라고 명시돼 있었다. 8개월간 근무한 김하영(가명)씨의 체불금액을 계산해보니 1000만원이 넘었다. 다른 노동자들도 월 평균 체불액이 100만원 이상이었다. 연속 근무로 인해 퇴사할 수밖에 없었던 이 모씨는 퇴사 직전 근로시간이 80시간 넘었다. 이에 김하영씨 등은 대전고용청에 진정을 냈지만 담당 근로감독관은 주먹구구식 조사와 및 사업주 감싸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진정서에 피해 사실을 상세히 작성하고 증거자료도 제출했는데 근로감독관은 어떤 조사도 없이 합의를 종용하며 처벌불원서 작성까지 강요했다.

진정인 김하은(가명)씨가 “처벌불원서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고 하자 근로감독관은 “어떤 설명을? 그냥 쓰라”고 했다. 진정인이 처벌을 희망한다는 표시를 했지만 근로감독관은 되레 “그냥 사건 진행하냐”며 윽박질렀다고 한다. 결국 진정인은 자신의 의사에 반해 사업주를 위한 처벌불원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하은성 정의당 비상구 기획팀장은 “7월 P카페에 제기된 진정 사건도 2주 만에 반의사불벌취하로 종결됐고 P카페에 신고된 사건이 5건 넘는다”면서 “근로감독관은 해당 사업장의 법 위반 사실을 짐작하면서도 진정인이 작성한 체불 금액 중 극히 일부만을 지급한 사업주를 감싸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정인 김하은씨는 “이 자리에 나온 이유는 단 하나, 고용청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라며 “법을 지키는 사업주는 바보가 되고 법을 무시하는 사업주들만 유리한 사회가 된다면 이는 불공정한 사회”라고 말했다.

하 기획팀장은 “지난 10월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경영상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경우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고 판시했다”며 “P카페처럼 회계의 독립성이 없고 인사노무관리가 총괄적으로 행해지며 사업의 독자성이 없는 경우 하나의 사업으로 보는 것이 노동위원회와 대법원의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 기준에 따를 때 P카페는 명백한 5인 이상 사업장”이라고 주장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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