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거’ 윤석열, 내란수사·탄핵 대비
명품백 변호사 “윤 대통령 변호 관련 타진 받아”
헌재서 ‘고도의 통치행위’ 등 법리공방 벌일 듯
12.3 내란사태 후 한남동 관저에서 일주일 이상 칩거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혐의 수사와 탄핵심판 대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 측은 최근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 최지우 변호사 등에게 사건 수임 관련 의사를 타진했다. 최 변호사는 전날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의사 타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김건희 여사 명품백 가방 수수 사건의 법률 대리인을 맡았고,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행정관을 지낸 바 있다.
윤 대통령의 검찰 선배인 김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의리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어 수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김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 취임 후 국민권익위원장에 임명됐고 5개월여 만에 방통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7개월여 만에 자진사퇴하는 등 1년 새 장관급 2곳을 거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변호인단 꾸리기에 속도를 내는 것은 내란 혐의 관련 검찰 등의 강제수사는 물론 대통령 탄핵 심판 대비 움직임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2~3월 조기 퇴진 로드맵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윤 대통령은 탄핵소추시 헌법재판소에서 비상계엄의 합법성에 대해 법리 싸움을 벌이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전날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비상계엄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초기 입장에 별 변화가 없는 걸로 안다”고 대통령실 기류를 전했다.
이같은 시각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도 이미 밝힌 바 있다. 이 전 장관은 장관 사퇴 전 국회에 출석해 “대통령은 헌법에 규정된 권한을 행사한 거고 비상계엄이라는 건 고도의 통치행위로 인식되고 있다”며 “(고도의 통치행위는) 사법적 심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게 정통적인 학설”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은 판사 출신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탄핵이라는 두가지 흐름이 빨라지고 있지만 윤 대통령이 여전히 대통령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각종 논란은 여전히 대기중이다.
일단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란 상설 특검에 대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없지만 특검 임명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은 관전 포인트다. 특검후보추천위원회에서 특검 후보 2명을 추천하면 윤 대통령이 그 중 한 명을 3일 이내에 임명하도록 돼 있는데 윤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설특검 외에도 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사태에 대한 일반 특검과 네번째로 올라온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도 또 한번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두 법안을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만약 이번 주에 이뤄지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부결되면 대통령권한은 계속 유지되고 두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또한 가능하다. 기존에는 여당에서 재의요구권 행사를 요청하고,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면 대통령이 재가하는 방식으로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이번에는 그런 관행도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가령 국무회의에서 특검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지 않아도, 또는 재의요구 행사를 반대하는 국무위원들이 다수여도 국무회의는 의결 기능 없는 심의기구이기 때문에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가 가능하다.
절차상 모든 법률안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국무회의 위원들이 내란 공모를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해충돌’ 가능성이 높은 법안을 심의하는 것 자체가 문제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만약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무리하게 강행될 경우 법률적 효력을 갖는지도 논란이 예상된다. 헌법에는 법령 등에 대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령 선포 전 굳이 국무회의 심의라는 절차를 거친 이유다. 전 법제처 간부는 “국무회의 심의를 하지 않을 경우 재의요구권이란 법률적 효력이 무효화될 소지가 크다”고 했다.
김형선·박소원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