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훈 칼럼

전력수요 증가, 자가발전과 구역전기 활성화가 대안이다

2024-11-19 13:00:12 게재

인공지능(AI) 혁명이라 할 만큼 AI가 확산되면서 두가지 방향에서 전력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첫째, AI 데이터센터 확산이다. 특히 데이터센터의 기능이 기존에는 정보 저장이었다면 이제는 자료를 학습한 후 인간의 언어로 대화하며 인간이 원하는 정보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정보 생성으로 확대되면서 전력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의 예측에 따르면 단순검색에 비해 AI 기능을 활용한 검색의 경우 전력 소비량은 10배에서 250배까지 증가한다. 이달 1일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는 펜실베이니아주 발전소에서 AI 데이터센터로 보낼 수 있는 전력량을 기존의 300MW에서 480MW로 늘려달라는 아마존의 요청을 최종 불허했다. 인근 도시의 전력 공급이 지장을 받을 수 있어서다. 결국 아마존의 AI 데이터센터 계획은 연기되었다.

한편 미국은 1979년 방사능 누출사고로 중지됐던 펜실베이니아주 쓰리마일섬 원전을 재가동해 2028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에서 필요한 전기를 공급하기로 지난 9월 결정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150개의 데이터센터가 약 2GW의 전기를 소비하고 있다. 그런데 2029년까지의 신규 데이터센터 수요는 732개로 약 50GW 용량의 전력공급을 요구한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소내 소비 및 송배전 손실률 7%를 고려할 때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6기의 2배 수준인 53기의 원전을 새로 지어야 한다.

물론 신규 데이터센터 수요는 사업자들의 의향을 반영한 것일 뿐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데이터센터로 인한 전력수요 급증은 불가피해 보인다.

데이터센터, 반도체 생산 등 수요 급증

둘째, AI 반도체 생산을 위한 전력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반도체는 ‘경제의 쌀’이라 불리는 국가 핵심 산업으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0%를 책임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존 공장 외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용인에 조성하기로 했다. 여기서 필요한 전력은 삼성전자 10GW, SK하이닉스 6GW 등 총 16GW에 달한다. 현재 삼성전자 인근에 총 3GW 규모의 천연가스 발전소와 SK하이닉스 인근에 1.05GW 천연가스 열병합발전소만 건설이 확정된 상태다.

나머지 부족한 전기는 동해안에 입지한 석탄발전소와 새로 짓고 있는 신한울 3,4호기 원전을 통해 공급될 예정이다. 문제는 각각 4GW로 총 8GW 용량의 2개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 건설이 더디다는 것이다. 특히 재작년 및 올해 신한울 1,2호기가 각각 본격 가동됨에 따라 송전선로의 부족으로 인해 동해안의 석탄발전소들은 개점휴업 상태로 부도의 위기에까지 직면해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8월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의 수도권 방면 끝에 위치한 동서울변전소 증설계획을 하남시가 최종 불허했다. 즉 주민 및 지자체의 반대로 전국 곳곳에서 송전선로의 확충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정부는 호남-수도권 송전선로 9개를 2036년까지 새로 지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필요한 전기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육지로 5개의 송전선로를 설치하고, 4개 송전선로는 서해안 해저케이블 2개로 대체해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2개에 불과한 호남-수도권 송전선로를 5개 더 늘리는 것을 과연 주민 및 지자체가 수용할지는 의문이다. 서해안 해저케이블 건설에 소요되는 천문학적인 공사비를 41조원의 누적적자를 겪고 있는 한전이 감당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요지에 입지하는 대표적인 분산에너지인 자가발전 및 구역전기사업의 확대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대규모 전력 수용가를 중심으로 자가발전을 확대해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자체 소화해야 한다. 별도의 송전선로를 필요로 하지 않는 자가발전은 원하는 시점에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하기에 비용과 시간을 대폭 아낄 수 있다.

특히 전기가 대용량으로 필요한 사업자의 경우 자가발전은 전력공급 시기, 전력공급의 안정성 등의 불확실성을 줄여 대규모 설비 투자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일례로 SK하이닉스 이천공장의 경우 대규모 자가발전을 도입해 비용 절감, 국가적인 에너지 효율성 제고, 전력공급 안정성 등의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송전망 건설 제약 극복할 유력한 수단

또 전기뿐만 아니라 열에 대한 수요도 있는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구역전기사업이 확대되어야 한다. 구역전기사업이란 특정한 공급 구역의 수요에 맞추어 전기 및 열을 생산해 한전을 통하지 않고 그 구역의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사업 유형이다. 특히 열병합발전 설비는 현재 상용화된 발전기 중 가장 에너지 효율이 높은 장점을 가진다.

결국 자가발전 및 구역전기사업의 확대는 송전망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다. 정부는 관련 인허가 등 제반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한전은 망의 일부를 빌려주거나 전기 판매처의 일부를 내주는 것이 못마땅할 수도 있겠지만, 국내 송배전망 관리 공기업의 공적 책무 이행이란 관점에서 전향적으로 수용하기를 기대한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미래에너지융합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