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 구호품 약탈 방조”

2024-11-19 13:00:13 게재

유엔 “무장갱단, 이스라엘 보호 가능성” 내부 결론 … 주말 구호트럭 100대 강탈

18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가자시티 중심부의 알-잘라 거리에서 구조대가 사상자를 수색하는 동안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된 집 잔해 주위에 모여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주말 가자지구에서 구호품을 실은 트럭 109대 중 98대가 무장조직의 총기 협박으로 강탈당했다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발표가 나와 국제사회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지 무장갱단들이 이스라엘군의 방조나 보호 아래 활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유엔이 판단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인도적 위기 상황과 관련한 유엔의 비공개 내부 메모를 입수했다면서, 유엔이 이미 지난달에 “약탈 갱단들이 이스라엘 방위군(IDF)로부터 적극적 호의는 아니더라도 소극적인 호의 또는 보호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메모에 따르면, 한 갱단의 지도자는 IDF가 통제하고 순찰하는 제한 구역 안에 “군사기지와 유사한 시설을 세웠다”고도 했다.

WP가 취재한 가자 구호단체 관계자 및 인도주의 단체 종사자들, 운송회사들과 목격자들에 따르면, 조직화된 갱단들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로 반입을 허용한 구호품 상당 부분을 약탈하고 있고, 이스라엘군이 통제하는 지역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

구호단체들은 올 봄 절박한 주민들이 트럭에서 물품을 훔치는 현상으로 시작된 약탈이 이제는 조직화된 범죄 네크워크로 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스라엘 당국에 더 안전한 경로 확보와 개방된 검문소 증설, 가자지구 민간경찰이 트럭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허가 등의 대책을 요구했으나 대부분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또 약탈이 진행되는 동안 이스라엘 군이 개입하지 않은 사례가 여러 차례라고 증언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런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군은 성명을 내 “테러리스트를 겨냥하고 구호품 트럭 및 국제기구 구성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약탈자들에 ‘정밀 대응 조치’를 취했다”면서 “구호품 운송을 가능케 하고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구호단체와 운송회사 관계자 등은 무장갱단들이 가자 남부와 이스라엘 사이의 케렘 샬롬 국경검문소 주변에서 구호품 운송 트럭 운전사를 살해하거나 폭행하고 납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갱단의 한 인물이 야세르 아부 샤밥이다. 그는 100명 규모의 조직원을 이끌며 이 검문소에서 가자로 들어오는 트럭을 공격했다. 아부 샤밥은 WP에 자신의 조직이 하마스의 잔여 보안군과 갈등을 겪고 있고, 가자 일부 지역에서는 “이스라엘 군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약탈 조직이 하마스와는 관계가 없다는 이야기다. WP는 “하마스는 약탈의 배후에 있지 않다”는 미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국제구호단체 관계자도 “우리 프로그램에서 하마스의 물리적 개입은 남부든 북부든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다”고 WP에 말했다.

지난 16일 밤 구호트럭 98대가 약탈당한 장소도 바로 이 검문소다. 현지 목격자에 따르면, 약탈자들은 트럭에 총격을 가하고 운전사를 몇시간 동안 억류했다. UNRWA는 성명에서 이 공격 때문에 “운송업체 직원들이 부상을 입었고 차량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이스라엘은 케렘 샬롬 검문소를 통해 들어오는 모든 구호품에 대해 단 한가지 경로만 승인했다. 이는 화물 수거지점에서 가자 남동부의 황량한 지역을 통과하는 험난한 도로다.

가자지역에서 운송업체를 운영하는 카헤르 하미드와 아담 슈하이바르는 자기 회사의 트럭들이 이스라엘 군 초소에서 약 460m 떨어진 지점에서 약탈당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갱단들이 활개를 치는 동안 운송업체가 고용한 지역 경호원들은 이스라엘군으로부터 “반복적으로 총격을 받았다”고 유엔 메모는 밝혔다. 메모는 쿼드콥터 드론이 사용된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팔레스타인 점령지의 유엔 인도주의 조정관안 무하나드 하디는 “가자는 기본적으로 무법 상태”라며 “어디에도 안전은 없다”고 WP에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점령국”이라면서 “이 모든 것은 이스라엘의 책임이다. 이 지역이 보호되고 안전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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