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국익중시 외교 바뀐 적 없어…안보와 경제 이익 확보”
한중관계 해빙 무드에 ‘실용외교’ 변화 해석 나오자 반박
트럼프 2기 체제·북러 군사협력 등 정세 변화에 ‘유연화’
윤 대통령, G20 정상회의서 “북러 군사협력 즉각 중단”
최근 한중관계의 해빙 무드는 윤석열정부의 ‘가치외교’ 기조 변화와 맞물린 것일까. 아니면 트럼프 2기 체제 출범과 북러 군사협력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맞춘 유연한 대응일까. 윤석열 대통령이 2년 만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는가 하면 “미·중 둘 중 하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면서 윤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외교 기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방문중인 윤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공개된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미·중 관계가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하며 그 과정에서 한국은 미·중 양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에 있어 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취임 시 미·중간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어느 한쪽 편에 서기보다는 양국 모두와 긴밀한 협력을 추구하며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기존에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에 치중한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북러 군사협력에 따른 중국의 역할 증대 등의 정세 변화를 반영해 이같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동맹을 우선으로 하되 국익을 위해선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다만 이런 변화 흐름이 미국 및 자유진영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조해온 ‘가치외교’ 노선 변화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라질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국익을 중시하는 외교인데 하나는 안보를 확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 이익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투명성이 강하고, 일관되며, 예측가능한 파트너를 찾다 보니 우연히 그런 나라들이 자유 가치와 민주주의 경향을 띠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의 외교가 ‘이념 외교에서 실용 외교로 바뀌었느냐’는 질문은 맞지 않는다”며 “한미동맹을 통해 전쟁을 막아왔고, 최대의 통상 파트너인 중국과도 충분히 투자하고, 협력하고, 기업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 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문제는 미국과 가장 깊이 논의해야 하고, 중국과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호혜적으로 관계를 계속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덧붙였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열린 G20 정상회의 첫번째 세션에서 북러 군사협력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윤 대통령은 러시아 외교부 장관에 이어 10번째 발언자로 나서 러시아 북한 간에 군사 협력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그 불법성을 국제사회가 함께 심각하게 인식하면서 러북 군사협력을 중단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역설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 발언 후 각국 정상들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고 한다. 김 차장은 “11번째 연사로 나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추가했다”면서 “우르줄라 폰데라이언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에 의해 국제 식량 안보 위협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비판했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북한이 러시아가 저지른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함으로써 국제 평화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언급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역시 북한이 우크라이나 영토 주권을 위협하는 러시아 전쟁에 함께 가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둘째날인 19일 세번째 세션에 참석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협력을 제안한다. 이후 G20 폐회식과 송별 오찬을 끝으로 남미 순방을 마무리하고 귀국길에 오른다.
리우데자네이루=김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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