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불똥 튄 경남지사 후보 공천
명씨 “윤한홍 경남지사 출마 막아”
윤한홍 “장사하려고 허풍” 일축
박완수측 “지지도 차이 커 안나온 것”
김영선 전 의원 공천개입 혐의를 받고 있는 명태균씨가 경남도지사 후보 공천과정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18일 더불어민주당은 명씨가 지난 2022년 3월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이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자신이 막았다고 주장하는 육성이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명씨는 지인들과 대화에서 “윤한홍은 나 때문에 잘렸어요. 도지사에 나가는 거요. (내가) 윤 총장한테 윤한홍이 (경남)도지사 나가면 홍(준표) 대표가 가만히 있겠나, 그러다 어부지리로 민주당이 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경남도지사 시절 행정부지사를 지낸 윤한홍 의원이 지난 대선 경선과정에 윤석열 후보를 밀자 홍 시장이 “배신자”라며 불편한 사이가 된 정황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명씨는 “윤 총장이 나보고 윤한홍은 행안부 장관을 시켜도, ‘명 박사’ 때문에 경남지사는 안 내보낼 것이라고 두 번 전화가 왔다”고 말한 내용도 있었다. 당시 윤석열 당선인이 명씨의 말을 참고해 윤 의원을 경남지사에 내보내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2021년 8월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박완수 현 경남지사에게 윤 대통령을 소개했다고 주장했다는 내용도 공개됐다. 명씨는 윤 의원이 대통령 비서실장이 되려는 것도 자신이 막았다고 주장했다.
녹취록에서 명씨는 “윤한홍이 비서실장 된다고 그래서 ‘사모님, 윤한홍이는 훌륭한 사람입니다. 서울대 나와가지고 인사비서관하고 경남도에 있었고 그렇게 훌륭하신 분을 어떻게 선거판에, 비서실장을 씁니까. 귀한 그릇은 귀한 손님한테 써야 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김 여사가) 바로 (윤 대통령에게) 전화해가지고 ‘내가 윤한홍이한테 안 된다고 했으니까 당신 그렇게 알아’(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경남 정치권에선 명씨가 대선과정에서 자신을 견제했던 윤 의원에게 앙심을 품고 박완수 도지사를 밀었다는 풍문이 나돌았다.
이날 공개된 명씨 발언과 관련해 윤 의원은 19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면서 “그 지역에서 출마할 희망자들 데리고 다니면서 장사하려고 허풍 떠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박완수 지사측에서도 명씨 주장을 반박했다. 박 지사측은 “당시 박 지사가 월등히 높은 여론조사가 많아 윤 의원이 출마를 단념한 것 아니냐”며 “이주영 전 의원 등과 경선을 통해 후보가 됐다”고 했다.
지난달 명씨 녹취 공개로 윤 대통령 부부가 2022년 지방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후 지난 15일에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폭로로 윤 대통령 부부가 포항시장과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리고 이날 추가 녹취 공개로 윤 대통령이 경남도지사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계속 공개되는 명씨 녹취내용에 대해 여당은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리스크가 확대되지 않도록 부심하는 모습이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명태균씨에 관련한 녹취를 들으면 너무 많다 보니까 이분 말이 어디까지가 신빙성이 있는지 헷갈린다”면서 이준석 의원 폭로와 관련해서는 “이번에 폭로한 걸 보면 대통령이나 여사 개입의혹을 계속 주장하고 계시니까 2022년도에 저희한테 설명했던 것과 지금하고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명씨 녹취 추가공개 여부와 관련해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추가할 내용들은 상당히 많이 있다”면서 “제보자 신원 보호 때문에 제한적으로 내고 있는 상황이고, 그래서 앞으로도 당분간은 자료 공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