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트럼프의 정부효율부, 무엇을 하려는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2일 성명을 발표해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출범을 선언했다. 길어야 2026년 7월 4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될 예정이고 독립선언 250주년을 맞아 미국에 완벽한 선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물은 ‘더 효율적이고 관료주의가 적은 작은 정부’다.
트럼프는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와 낭비적인 지출을 줄이며, 연방기관을 구조조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정부효율부 역할을 설명했다. 그는 정부효율부를 “우리 시대의 맨해튼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인류 역사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던 핵폭탄 개발프로젝트와 정부효율부를 비교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머스크와 더 강경한 라마스와미의 기용
트럼프는 일론 머스크와 비벡 라마스와미를 정부효율부 공동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 엑스, 소셜미디어기업 엑스(X, 구 트위터) CEO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85년생으로 머스크(1971년생)보다 14살이나 젊은 비벡 라마스와미는 인도계 이민 2세로 하버드대 생물학과를 우등으로 졸업한 후 바이오 투자회사를 창업해 큰 성공을 했다. 그는 지난해 공화당 경선에 참여해 ‘극단적 작은 정부’ 등 강경 주장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그는 밴스 부통령 당선인이 사임한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출마를 포기하고 정부효율부 공동위원장직을 맡았다.
머스크는 “모든 정부 지출은 세금이고 이것은 인식해야 할 매우 중요한 개념”이라며 “전체 예산 6조5000억달러 중 2조달러는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연방기관은 약 428개다. 사람들이 들어본 적도 없는 기관이 너무 많다. 99개 기관으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예산 30% 이상과 연방기관 75% 이상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후 8000명 직원을 약 두달만에 2000명으로 줄였던 경험이 있다.
라마스와미도 공화당 경선 당시 연방공무원 75% 감축, 연방수사국(FBI) 교육부 원자력규제위원회 등의 해체를 주장했다. 그는 보다 근본적으로 “미국 정부부채가 35조달러에 달하고 연간 이자지불액이 군사예산(8260억달러)을 초과한 1조달러를 넘어 전례없는 재정적 어려움에 처해있다”며 “미국 국민에게 수입에 맞게 사는 정부를 제공해야 한다. 대규모 정부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권자들은 점진적 변화에 투표하지 않았고 전면적인 변화에 투표했다”며 “정부효율부는 단지 효율성을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치권을 회복하는 것이고 사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미국인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의 낭비와 사기 및 남용 사례에 대한 ‘크라우드소싱’을 시작할 것이라며 “대중이 우리가 중요한 것을 삭감하거나 낭비적인 것을 삭감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마다 알려 달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정부효율부 모든 활동은 최대한의 투명성을 위해 온라인에 게시된다고 말했다. 엑스(X)에는 이미 정부효율부 계정이 만들어져 있다. 또 머스크 특유의 유머코드로 “세금을 가장 터무니없이 어리석은 방식으로 사용한 사람에 대한 리더보드(이름과 낭비액이 적힌 일종의 게시판)를 가질 것”이라며 “이것은 극도로 비극적이고,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효율부가 가져올 혼란이 부러운 이유
머스크는 2021년 한 방송에서 이런 말을 했다. “혹시 저 때문에 감정이 상한 사람이 있다면 그저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저는 전기차를 재창조했고, 지금은 사람들을 로켓에 태워 화성으로 보내려하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차분하고 정상적인 친구일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머스크와 라마스와미가 미국 사회를 요동치게 할 ‘작은 정부안’을 마련할 것이란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 과정에서 SNS를 활용해 대중들의 참여를 끌어내고 우호적 분위기 조성에도 나서며 반발도 일고 커다란 혼란이 예상된다.
이렇게 마련된 안을 트럼프가 어떻게 할 것 같냐고? 라마스와미는 “트럼프가 신속하게 행정적 권한을 사용해 관료적 국가를 파괴할 수 있는 방법을 완벽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행정부의 실패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법이 아닌) 행정조치를 통해 직접 나서면 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관료를 해고할 수 있는 대통령 권한인 2020년 행정명령을 즉시 복원하고, 의회의 부당한 예산편성에 대한 대통령의 압류권 행사를 막는 압류통제법 폐지를 약속했다. 트럼프의 정부효율부가 가져올 혼란이 왠지 부럽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감정일까?
장병호 외교통일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