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논란의 법무장관 지명 ‘강행’

2024-11-20 13:00:00 게재

게이츠 인준부결 우려에도 “재고 안해” … “상원 눈높이 낮춰 다른 인사들 통과 전략”

일론 머스크(맨 왼쪽)가 19일 미국 텍사스 브라운스빌에서 열린 스페이스엑스 스타십 로켓의 여섯 번째 시험 비행 발사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오른쪽) 및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왼쪽에서 두 번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왼쪽에서 세번째) 등에게 설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9일(현지시간) ‘캔터 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러트닉 최고경영자(CEO)를 2기 행정부 상무장관으로 공식 지명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재무장관 후보로 밀면서 헤지펀드 ‘키스퀘어 그룹’ 창업자 스콧 베센트와 격렬한 ‘칼싸움’을 벌여 재무장관 인선을 원점으로 되돌린 당사자다.

트럼프 당선인은 성명을 내 “그는 추가적으로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맡으면서 관세 및 무역 의제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1기 행정부 때보다 빠른 속도로 내각 인선을 발표하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의 인사 발탁 기준은 ‘미국 우선주의’와 ‘충성’에 맞춰져 있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만큼 의회 인준 청문회에서도 자신의 뜻이 관철될 것이란 판단이 깔려 있지만, 맷 게이츠 법무무장관 후보나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장관 후보 등 몇몇 인사는 성 비위 의혹 등으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당선인은 논란이 되는 인사들의 주요 보직 지명을 강행할 태세라고 미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며칠간 사적인 대화에서 게이츠 지명자의 인준이 부결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인정했다.

게이츠는 하원의원 시절 미성년자 대상 성매매 의혹과 마약 복용 의혹으로 하원 윤리위원회 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으며, 이에 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반대 여론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게이츠 지명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는 이날 텍사스주 남부 보카치카 해변의 우주발사시설 ‘스타베이스’에서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화성우주선 스타십 발사를 참관한 뒤 ‘게이츠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재고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변했다고 CNN이 전했다. 트럼트 당선인은 이어 게이츠 후보자의 상원 인준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지에 대한 추가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NYT와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당선인이 법무장관 인준 권한을 지닌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돌려 게이츠 지지를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트럼프측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게이츠를 내각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판단하고 있어 그의 상원 인준은 100%로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의 공약인 법무부 해체를 추진하는 데 게이츠와 같은 ‘정치적 방화범’이 적합하다고 여긴다고 했다.

하지만 게이츠의 상원 인준 통과를 장담키는 어려운 분위기다. 그의 성비위 의혹이 불거진 지난 주말, 일부 지도부를 포함한 상원 공화당 의원들의 절반 이상이 게이츠가 법무장관으로 인준될 가능성이 없으며 지지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개인적 견해를 밝혔다는 NBC뉴스의 보도가 나왔다. NBC는 15명 이상의 공화당 소식통들을 접촉했다면서 이들 사이에서는 게이츠가 자격미달이라고 생각하는 의원이 30명 가까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공화당은 이번 선거에서 상원 100석 중 53석을 확보해 다수당 지위를 예약했지만, 소속 의원 3명만 이탈해도 인준안은 부결된다.

그럼에도 트럼프 당선인이 밀어붙이는 것은 게이츠 인준이 부결되더라도 장관 후보에 대한 상원의 눈높이가 낮아져 게이츠와 마찬가지로 논란이 되는 다른 인사들의 인준이 수월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자는 백신 음모론자이며 공화당에 오랫동안 자금을 후원해온 제약·식품 업계를 정조준하고 있다.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인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지명자는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국방부 같은 거대 조직을 이끌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탓한 발언과, 정보 관련 업무를 다룬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NYT는 2024년 이전이었다면 게이츠를 포함한 이들 인사 4명이 공화당이 다수당인 상원에서 인준될 가능성이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이번에는 극단적인 인사를 아주 많이 지명하면 그중 몇 명은 통과될 것이라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고 신문은 짚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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