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에 트럼프 리스크까지…2% 성장율도 위태

2024-11-20 13:00:09 게재

“내년 한국 경제 큰 도전 직면” 경고 잇따라 … 트럼프 자국우선주의, 수출의존 한국에 직격탄

내년 한국 경제가 큰 도전에 직면할 것이란 경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어느 때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안으로는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따른 내수부진에 최근에는 수출 상승세까지 꺾인 모양새다. 대외불확실성은 파고가 더 높다.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취할 강력한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가뜩이나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를 더욱 강하게 압박할 것이란 전망이다. 자영업 경기 등 내수가 침체된 가운데 일자리 사정도 크게 악화됐다. 고환율로 인해 수입물가가 뛰고 금리 인하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신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위기가 다시 찾아올 것이란 경고까지 나온다.

미국, 트럼프 취임 앞두고 한국 환율관찰 대상국 재지정 미국이 한국을 다시 환율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미국 재무부는 14일(현지시간) 의회에 보고한 ‘주요 교역 대상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 반기 보고서에서 중국, 일본, 한국,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독일 등 7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세계교역 불확실성 커져 =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인상 공약이 빠르게 현실화하면 내년 한국 경제가 2% 성장도 못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국이 자국우선주의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관세인상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보복관세 여파로 최대 무역대상국인 미국과 중국에서 수출둔화 영향이 커지면서 한국의 GDP 성장률 둔화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한국금융연구원도 지난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5년 경제 및 금융 전망 세미나’에서 한국의 실질 GDP 증가율이 올해 2.2%에서 내년 2.0%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 물가상승률은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금리인하로 내수는 일부 개선되지만 건설경기 부진으로 건설투자가 역성장하고 수출이 축소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다만 민간소비 증가율은 올해 1.3%에서 내년 2.0%로 회복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소비회복 속도는 내년 상반기까지 다소 완만할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투자 역성장 가능성도 = 특히 건설투자 증가율은 건설 규모 자체가 줄어들면서 올해 -2.3%에 이어 내년에도 역성장(-2.7%)할 것으로 봤다. 반면 설비투자는 생산원가 안정, 자금조달 비용 하락으로 올해 1.1%에서 3.8%로 증가율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총수출 증가율은 올해 7.2%에서 내년 2.3%로 크게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세계 교역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을 반영했다. 반면 총수입 증가율은 중간재와 소비재 수입이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올해 2.3%에서 내년 3.4%로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연구원은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올해 793억달러에서 680억달러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2.4%에서 내년 2.0%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원은 “지정학적 위험 지속, 트럼프 2기의 정책 불확실성과 달러화 강세 가능성 등으로 물가상승률 전망의 상방 위험이 하방 위험보다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1%후반대 성장 점치기도 = 최근 열린 ‘2025년 경제 전망 토론회’에서도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수출둔화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더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박석길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1.7%로 예상한다”면서 “트럼프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가 얼마나 세게 통과될지는 전망에 아직 반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순수출은 이례적이었다”면서 “내수회복이 하락 압력을 상쇄할 만큼일지가 관건인데, 지금으로는 2% 성장을 커버할 정도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김대용 한국은행 조사총괄팀장은 “우리 입장에서는 제일 큰 교역 상대국과 무역을 늘리지 못하면 수출에 큰 영향을 받는다”면서 “반도체 시장에서도 중국이 자체적으로 자국 수요를 어느 정도 충당하면 우리가 중국과 미국에 얼마나 반도체 수출이 가능할지에 따라 성장률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권효성 블룸버그 한국 수석이코노미스트도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은 1.9%로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올해 수출은 좋았지만 내년 상반기에 정점을 찍고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대 무역대상국 중 미국의 관세가 높아지고, 미국이 중국에 관세보복을 할 경우 한국의 수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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