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유죄판결 나자 사정기관 일제히 야권 ‘저격’

2024-11-20 13:00:22 게재

검찰 이재명 추가 기소, 감사원 뒤늦게 ‘사드’ 수사 의뢰

야권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하자 정적 죽이기 나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것일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1심에서 예상 밖 중형을 선고받은 이후 야권을 향한 사정기관의 공격이 거세다. 검찰은 이 대표를 경기도지사 시절 도 예산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했고,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사드 배치 관련 내용을 중국 측에 흘렸다며 당시 관련 인사들에 대해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관련기사 19면

답변하는 최재해 감사원장 최재해 감사원장이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 정부 들어 6번째 기소된 이재명 대표 = 수원지검은 경기도 법인카드 등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이 대표를 19일 기소했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인 2018년 7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경기도 관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하고, 법인카드 등 경기도 예산으로 샌드위치, 과일 및 식사 대금으로 지출하는 등 총 1억653만원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 배우자인 김혜경 씨의 일정을 챙기는 ‘사모님팀’이 도 예산으로 이 대표 부부의 사적 용도로 음식 비용을 지출하고 관용차인 제네시스 G80을 이 대표의 자택 주차장에 두고 개인 용도로 운행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이날 이 대표와 함께 ‘사모님팀’으로 활동한 전 경기도지사 비서실장 정모 씨, 전 경기도 별정직 공무원 배 모씨를 불구속기소했다. 이 대표의 배우자인 김씨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이 대표가 재판에 넘겨진 건 이번이 6번째다. 검찰은 2022년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2021년 9월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은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3월엔 대장동 개발 비리·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같은 해 10월 12일과 16일에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위증교사 혐의로 각각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해 검찰이 먼지떨이식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9일 논평을 통해 “윤석열 검찰이 대장동, 공직선거법, 위증교사에 이어 또다시 핑곗거리를 만들어 대통령의 정적 죽이기에 나섰다”면서 “검찰이 이토록 집요하게 억지 기소를 남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제1야당 대표이자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정치 지도자를 법정에 가두고 손발을 묶으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감사원, 문 정부 시절 안보라인 수사 의뢰 = 사정기관의 포커스는 이 대표를 넘어 야권 전체로 확장되고 있다. 감사원은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 문재인 정부 당시 안보 라인 고위직 인사들에 대해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미사일 교체와 관련된 한미 군사작전을 중국과 시민단체에 사전 유출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감사원은 이들이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이유로 주한 중국대사관 소속 국방 무관에게 사드 미사일 교체 작전명과 작전 일시, 작전 내용 등을 사전 설명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여기에 통상적인 설명 수준을 넘어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내용까지 포함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또 이들이 사드의 한국 정식 배치를 늦추기 위해 2급 비밀에 해당하는 사드 포대의 미사일 교체 관련 한미 군사작전을 시민단체에 유출한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전(前)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근거 없는 정치 보복”이라며 “감사원은 정치보복 돌격대 노릇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사드의 정식 배치를 늦추기 위해 한미 군사작전을 유출했다는 지적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사드 배치를 의도적으로 지연하지 않았다”며 “사실관계가 틀렸다”고 말했다.

검찰과 감사원 등 사정기권이 야권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것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낮은 지지율 타개를 위한 시선 돌리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20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보수 세력 결집을 위해 야권을 공격하는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 기소와 관련해서는 “법리를 어떻게 보느냐와 별개로 기소의 형평성에 대해 따져보면 현재 상황은 명백히 형평성에 어긋난다”면서 “의혹이 있다면 똑같이 수사를 해야 하는데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등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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