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장벽 허물고, 복지 사각지대 보듬고
봉사활동 함께 하며 소속감 높이기도
지자체들 외국인주민 지원정책 다양
인천시는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주민과 의료기관간 소통을 돕기 위해 지난해 의료지원 다국어 서비스 ‘위드 에이아이(With AI)’를 개발했다. 일반적인 번역 도구들이 의료 용어에 맞춰져 있지 않아 의료기관에서 번역오류로 인한 불편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인공지능(AI)에 기반을 둔 이 번역 서비스는 의료용어에 최적화돼 있어 외국인주민이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 언어장벽을 해소해준다.
현재 인천지역 1085개 병·의원과 약국에 보급돼 활용되고 있다. 부산시가 운영 중인 공공의료기관 통역사 상주 서비스보다 진일보한 정책이다.
외국인주민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들을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주민은 지난해 말 기준 246만명으로 우리나라 총인구의 약 4.8%를 차지하며 명실상부 지역사회 구성원이 된 만큼 지자체들이 이들에게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행정안전부도 해마다 지자체들의 외국인주민 지원 정책 경진대회를 열어 우수사례를 발굴, 보급하고 있다. 올해는 인천시, 부산 수영구 등 8개 지자체 정책들이 본선에 올랐다. 최종 경연은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열린다.
행안부에 따르면 부산 수영구는 결혼이민자를 위한 자격증 취득반을 운영하고 있다. 자체 실태조사 결과 취업을 희망하는 결혼이민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도입한 제도다. 수영구는 한국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가족유형별 맞춤형 물품도 제작해 지원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는 외국인주민이 이웃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참여하도록 해 공동체의 소속감을 높여주고 있다. 토박이 주민과 외국인주민을 1대 1로 묶어 1주일에 한 번씩 1인 세대 돌봄 활동에 참여토록 한 것이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외국인주민들은 이를 통해 당당히 지역사회의 주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인천시와 부산 수영구 외에도 여러 지자체들이 다양한 외국인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부산 사하구는 신평·장림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외국인근로자와 이주여성의 자녀 돌봄을 위해 별도의 방과 후 교실을 운영한다. 이곳에서 악기연주와 풋살 등을 가르치고 저녁 급식도 제공한다.
외국인주민이 가장 많은 도시인 경기 안산시는 외국인 유아·아동·청소년 지원을 확대해가고 있다. 지난해 전국 최초로 외국인 아동 연장보육료 2억1500만원을 편성, 1만2782명을 지원했다. 이 밖에도 유아 학비 13억2800만원을 편성, 523명을 지원했고, 아동·청소년 예비학교를 운영해 129명을 교육했다. 이 가운데 12명은 지난해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전북도는 외국인주민의 119신고가 불편하지 않도록 24시간 3자 통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까지 누적 459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충남 천안시는 전국 최초로 청각장애 다문화가족의 한국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수어 통역사와 함께 한국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해 청각장애 외국인주민의 지역사회 적응을 돕고 있다. 또 강원 홍천군은 무인민원발급기 외국어 번역 지원 서비스를 개발해 외국인주민의 생활 불편을 줄여주고 있다.
조영진 행안부 지방행정국장은 “지자체들이 시행 중인 우수사례들은 외국인주민의 생활 편의성을 높이고, 외국인주민이 지역주민과 어울려 조화롭게 살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하고 있다”며 “이들 정책들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