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7000명 조합원으로 교사노조연맹 최대조직인 초등교사노조(워원장 정수경)가 노동조합비 회계부정 논란과 이를 지적한 노조 임원에 대한 징계로 갈등을 겪고 있다.

19일 A 수석부위원장 등에 따르면 초등교사노조는 지난달 두차례 징계위원회를 열고 A 수석부위원장과 B 정책실장에게 각각 정권(권리정지) 1년 3개월, 1년의 징계를 처분했다. 두 사람은 지난 1월 대의원대회에서 선출됐고 임기는 2026년 2월 28일까지다. 이번 징계로 A 수석부위원장은 2026년 1월 27일까지, B 정책실장은 2025년 10월 14일까지 권리정지돼 사실상 임기 대분분을 임원으로서 지위를 잃게 됐다.

발단은 9월 정수경 위원장의 노조운영 방식과 회계부정 사용에 대한 임원들의 지적이 나오면서다. 정 위원장이 규약 개정 등을 위해 대의원대회를 소집 공고하면서 중앙집행위원회 심의·의결 없이 진행하고 노조비 회계 집행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됐다.

특히 A 수석부위원장과 B 정책실장은 회계부정·남용을 지적하면서 원만한 해결을 위해 정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 위원장은 관련 내용을 상급단체인 김용서 교사노조연맹 위원장에게 누설했다는 이유로 업무정지 등 징계절차에 들어갔다.

두 사람은 정 위원장이 지난해 9~12월까지 육아휴직 중인 D간부에게 전임비를 주기 위해 D간부의 남편의 계좌로 860여만원을 지급한 점을 지적했다. D간부가 육아휴직 중이라 겸직 금지에 따라 남편 계좌로 우회 지급했다는 것이다. 회계장부에 전임자 급여로 돼 있었으나 문제로 지적되자 사업소득(용역계약)으로 변경했다.

특히 D간부가 같은 기간인 11~12월 해외살이 중에도 지급된 사실 등이 뒤늦게 알려졌다. D간부에게 지난달까지도 업무 수행없이 수당을 제외한 전임비를 지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A 수석부위원장과 B 정책실장은 임기가 있는 선출 간부에 대한 정권 징계는 사실상 해임에 준하고 임원 해임은 총회에서 결정하도록 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16조1항2호에 위배된다며 중앙노동위원에 시정명령을 요구했다. 법원에는 징계처분 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D간부남편이 전문가가 아니어서 업계 비용보다 훨씬 낮은 금액으로 프리랜서 계약서를 작성된 뒤 지급했다”면서 D간부의 해외살이에 대해선 “올해 1월 집회 준비과정이었고 그 결과물로 집회 영상 4개를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징계절차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징계위원회에 대한 규약이 존재하고 징계위원회 구성 시기, 절차에 대한 세부적인 규정이 없는 것일 뿐”이라며 “통상 관례와 노동법에 준해서 정당하게 징계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반박했다.

왕후승 등 대의원들은 징계의 부당함을 제기하며 대의원대회 소집을 요구했다. 22일 열릴 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징계 최소(무효) 및 권리 회복 의결의 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초등교사노조 회계부정에 따른 징계사태는 상급단체인 교사노조연행 위원장 사퇴 요구로 이어졌다.

교사노조연맹 정상화 추진단은 1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용서 교사노조연맹 위원장이 조직 내 파벌을 조성하는 등 책임과 본분을 져버렸다고 주장하면서 사퇴를 촉구했다. 추진단에는 25개 교사노조연맹 중 11개가 참여했다.

추진단은 “김 위원장은 경기교사노조 등 가맹노조 위원장 선거에 개입하고 초등교사노조위원장, 대구교사노조위원장 등에게 사퇴를 종용해 가맹노조의 독립성과 자주적 운영을 저해했다”고 주장했다.

김용서 위원장은 “교사노조는 타 노조와 다르게 독립 노조의 연맹체로 운영되고 각 가맹노조 위원장의 발언권이 충분히 보장된다”며 “연맹위원장이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