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남미 순방 마치고 귀국길
APEC·G20정상회의 3년 연속 참석
한중관계 개선 타진 ‘트럼프 허들’ 변수
윤석열 대통령이 3년 연속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다자외교에 공을 들였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한중관계도 새 국면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한 손엔 다자외교를 통한 국제공조 확대, 다른 한 손엔 한중관계 개선을 들고 트럼프 시대를 준비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9일(이하 현지시간) 윤 대통령이 남미 순방을 마무리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페루 리마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 3년 연속 참석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두 번의 다자외교 무대에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책임외교를 구현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전날 리우데자네이루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APEC과 G20을 관통하는 핵심 당면과제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라면서 “이는 선진국과 개도국이 함께 누리는 동반성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앞으로도 개도국과 선진국간 협력을 잇는 ‘번영의 가교’와 ‘녹색 사다리’ 역할을 적극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에 방문한 페루와 브라질에서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은 물론 베트남, 페루, 캐나다, 브루나이, 남아공, 영국 등과도 양자회담 및 소다자회담을 열고 외교적 공간을 넓히는 행보를 지속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이후 국제 정세가 급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대한 많은 나라와 외교적 협력을 다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이 우리 외교 지평과 실질 협력을 중남미 대륙으로 확대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APEC 정상회의에서 발표한 ‘마추픽추 선언문’에선 자유무역 지지 입장을 확고히 하며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주의를 견제하는 목소리를 냈다. 16일 APEC 정상들이 발표한 ‘마추픽추 선언문’에는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공정하고 비차별적이고 투명하고 포용적이며 예측 가능한 무역·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남미 순방중 가장 눈길을 모은 것은 한중관계 개선의 신호탄이다. 지난 15일 페루에서 2년 만에 이뤄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시 주석의 방한을 요청했다. 북한의 도발과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도 당부했다.
한중관계 개선 신호는 브라질에서도 이어졌다. 18일 브라질 언론과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한국에 있어 미국과 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여전히 강조하면서도 “인도태평양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중국과 계속 소통하고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노력중”이라고 말해 한중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이는 최근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그동안 다소 소홀했다고 평가받는 대중 관계를 개선시킴으로서 트럼프 시대를 대비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다만 대통령실은 “외교 기조는 2년 반 동안 바뀐 적이 없다”고 한중관계 개선 흐름을 가치외교 노선 변화로 확대 해석하는 데엔 선을 그었다.
그러나 기존 한미동맹과 한미일 삼각 협력에 대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임기 후반기에는 한중 관계 개선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국익을 추구하겠다는 기류는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의 귀환 이후 심화할 수밖에 없는 미중 갈등 국면에서 윤 대통령이 기존 한미동맹 중심의 가치외교를 유연화해 국익 중심 외교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이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