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민원 ‘급증’ 신속삭제 법안은 물 건너가

2024-11-21 13:00:31 게재

관련 민원 월평균건수 전년대비 올해 1.7배 늘어

‘경찰 통한 직접 삭제 요청’ 법안은 심사에서 빠져

# 7개월이 다 되도록 문제되고 있는 ○○에 대해서 어떠한 조치가 된 적이 없습니다. 음란물 웹사이트는 엄연히 불법이라고 알고 있으며, 수많은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가게끔 방관하는 방심위와 경찰이 너무나도 이해할 수 없다. 왜 이런 상황에 직면해야 하는지 왜 아무런 조치가 없는지 답변 부탁드립니다.

#아직도 디지털성범죄방지 종합센터가 없다고 하니 설립하고요. 삭제해야 하는 불법 촬영물 27만건, 비용은 가해자에게 지불하라 하고 모두 삭제하게 해주세요! 이런 범죄물도 삭제가 안 되고 있는데 제가 신고하는 이상한 동영상들은 삭제할 생각이나 하겠냐고요? 인력, 예산 지원해주세요!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디지털 성범죄’ 관련 주요 민원 내용들이다. 권익위에 따르면 최근 들어 딥페이크 성범죄 신고 및 대응 강화 요구 등의 민원이 최근 크게 증가했다.

권익위는 지난 2021년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3년간 민원분석시스템에 수집된 디지털 성범죄 관련 민원 1096건을 분석한 결과 ‘디지털 성범죄’ 관련 민원이 2024년 월평균 50건으로 2023년 월평균 30건 대비 1.7배 증가했다고 21일 밝혔다.

또 올해 8월 접수된 민원은 전년 동월 35건 대비 178건으로 6.1배 증가한 213건으로 나타났다.

권익위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관련 주요 민원으로는 △딥페이크 성범죄 신고 △처벌 등 대응 강화 요구 △교육 요구 및 교육 자료 개선 등이 있었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민원주의보’를 발령하는 한편 △디지털 성범죄 단속·처벌 강화 △범죄 피해 대응 및 피해자 보호 체계 마련 △디지털 성범죄 예방 강화 등을 관계기관에 제시했다.

◆‘경찰 통한 삭제 요청’ 법안 통과 안돼 = 최근 급증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에서 피해자들이 요구가 가장 많은 부분은 ‘피해 영상물 삭제’다. 지난달 국회도서관이 낸 ‘데이터로 보는 성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피해 지원 업무 중 피해영상물 삭제지원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플랫폼사업자를 대상으로 삭제, 이용해지 및 접속차단을 요구하는데 접속차단 조치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의 전파 속도가 빠른 만큼 신속한 삭제 조치 목소리가 크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법적 뒷받침이 미진한 상황이다.

지난 9월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딥페이크 등 성피해 영상물의 신속히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성범죄 응급조치 3법’을 대표발의했다.

성폭력 처벌 법안과 청소년 성보호법 개정안에 사법경찰관에게 피해 영상물에 대한 삭제·차단 요청의무를 부여했는데 두 법안 모두 본회의 통과 대안에 그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

나머지 발의 법안인 전기통신사업법안에도 이 내용이 포함됐지만 소관 부처가 신중 검토 입장을 보이고 있고 함께 발의된 법과의 연계성 때문에 사실상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이 사업자에게 직접 삭제 요청을 하기보다는 현행 체계인 방심위의 심의를 거쳐서 가는 방식으로 유지된다는 얘기다. 경찰이 수사과정 중 피해 영상물을 발견해 빠르게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기대했지만 이번 국회에서 다시 발의되기는 어렵게 됐다. 다만 기존대로 피해자는 직접 사업자에게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다.

◆예산 증액 논의도 진행 = 이와 관련한 예산 증액 요청도 국회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디지털 성범죄’ 예방과 피해자 지원을 위해 중앙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기능 강화와 디지털 성범죄 예방콘텐츠 제작 및 홍보를 위한 추가적인 예산 증액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의원은 “디지털 성범죄물을 삭제해 달라는 피해자들의 요청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고, 2023년 연령대별 피해 유형에 따르면 전 연령대에서 ‘유포불안’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디지털 성범죄 대응을 위한 핵심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센터의 인력과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증액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 신영숙 차관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중앙과 지역센터의 역할 강화를 위해 인건비와 운영비 등 47억원 정도의 추가적인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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