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주민동의 관건
다음 지방선거 전까지 통합
야당 “사회적 공론화 없어”
대전시와 충남도가 대구·경북, 부산·경남에 이어 행정통합 추진을 선언했다. 지역 주민과 정치권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 조원희 대전시의회 의장과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 대회의실에서 ‘대전-충남 통합 추진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과 충남의 행정통합은 대전시가 1989년 직할시로 승격되며 충남도에서 분리된지 35년 만이다. 12월 출범 예정인 충청권 4개 시·도가 구성하는 충청광역연합과는 다르다.
이들은 공동선언문에서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국가 사무·재정 이양을 통해 연방제에 준하는 권한과 기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또 양 시·도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한 후 통합법률안을 마련하고 이후 양 시·도의회와 시·도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안을 확정한 후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들은 이날 2026년 지방선거 이전까지 통합을 마무리하고 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을 선출하겠다는 일정표도 밝혔다.
양 지자체가 통합에 나선 것은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고 지방소멸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고도 성장기에는 양적 발전을 위해 ‘분가’가 필요했다면 지방소멸 위기엔 전략적 ‘합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같은 충청권이지만 충북도나 세종시와 달리 대전과 충남은 오랜 기간 역사·문화적으로 함께 해왔고 밀접한 생활·경제권을 공유하고 있어 통합이 용이하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양 시·도지사는 △행정 기능·비용 중복 해소 △대전의 과학기술 연구개발 역량과 충남의 제조업 산업인프라의 결합 △초광역 도로·철도 등 교통망 연계 △관광·휴양·레저 등의 발전 등을 통합효과로 기대했다.
대전과 충남의 행정통합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과제는 많다.
우선 주민들의 동의여부다. 실제 대구·경북의 경우 경북도청이 위치해 있는 경북 북부권의 반대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전시민과 충남도민이 얼마나 찬성할지가 중요하다”며 “주민들의 의견수렴 절차 등은 곧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장우 대전시장 역시 “민관협의체를 빠르게 구성해 로드맵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도 넘어야 할 산이다. 행정통합이 가능하려면 국회 입법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선적으로 대전·충남 국회의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현재 대전·충남 국회의원은 전체 18명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11명, 국민의힘 3명으로 민주당이 절대다수다.
공동선언이 발표된 이날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은 “중대안 사안이 시·도민 공감대와 사회적 공론화, 정치적 협의 없이 추진돼 졸속 우려를 낳고 있다”고 밝혔고 충남도당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매우 성급한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행정통합은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것”이라며 “어느 정치권도, 진영도 반대하기 쉽지 않은 만큼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