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지방선거 변수로 떠오른 ‘명태균 리스크’
오세훈·김진태·박완수, 연루 정황에 해명 ‘진땀’
오 시장, 대선 영향 예의주시 … 김·박, 차기 부담
명태균씨가 지난 지방선거, 특히 광역단체장 공천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차기 선거에서도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명씨와 관련설이 제기된 단체장은 오세훈 서울시장, 김진태 강원도지사, 박완수 경남도지사 등이다. 이들은 명씨 관련설을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명씨의 육성녹취록 등이 잇달아 공개되면서 파장 최소화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이번 사건 제보자인 강혜경씨 측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인인 사업가 김 모씨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씨 측에 비공표 여론조사 비용으로 거액을 건넨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오 시장은 그동안 자신의 페이스북 등을 통해 ‘명씨와 관련해 김영선 전 의원이 간청해서 인사 한번 나눴고 이후엔 참모들이 두어차례 만났으나 명씨와 다투고 헤어졌다. 이후엔 명씨와 소통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검찰 수사과정에서 오 시장의 오랜 후원자인 김씨가 명씨측(강혜경씨 계좌)에 돈을 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오 시장은 다소 난감한 처지가 됐다.
강씨 측은 오 시장을 위한 비공표 여론조사 대가로 김씨가 2021년 2월 1일부터 3월 26일까지 5차례에 걸쳐 3300만원을 강씨 개인계좌로 송금한 내역을 공개했다.
김씨는 이와 관련해 언론 인터뷰에서 “여론조사를 한 번인가 두 번인가 제가 했다”며 “(명씨가) 오 후보를 위해 여론조사를 한다면서 비용을 달라고 하고, 어떤 때는 애 학비가 없다며 돈을 달라고 해서 보내달라는 대로 그냥 돈을 보내준 것뿐”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측도 자신들과 무관함을 주장했다. 최근 이종현 서울시 민생소통특보 명의의 성명서를 통해 “명태균씨의 여론조사와 관련해 오세훈 후보 캠프는 어떠한 금전적 거래를 한 적도 없다”며 “오세훈 후보의 지인인 김 모씨가 명씨와 거래를 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후보는 물론이고 선거캠프 관계자 누구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또 “오세훈 시장은 명태균씨와 카톡으로 어떠한 것도 논의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측은 명씨 사태가 자칫 대선가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개인적으로 이유도 없이 여론조사 비용을 댔다는 걸 누가 믿겠냐”면서 문제를 삼고 있다.
강씨 측에 따르면 명씨가 실질적 운영자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는 2021년 4월 보궐선거 전인 2020년 12월 22일부터 2021년 3월 21일 사이 서울시장 선거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를 13차례 실시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 역시 명씨 관련 의혹에 휩싸여 있다. 지난 21일 민주당은 명씨와 지인의 통화를 공개했다. 명씨는 통화에서 “대통령 말을 거역하는 세력이 있느냐. 정권 초기인데” “김진태는 그거 내가 살린 거야”라고 주장했다.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둔 4월 14일, 당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회가 김 지사를 컷오프하고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단수공천한다는 결정을 내리자, 김 지사는 바로 이튿날부터 국회본청 앞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정치권에선 황 수석의 단수공천은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해석됐다. 그 이후 김 지사가 읍소해서 자신의 영향력을 통해 경선으로 뒤집었다는 게 명씨의 주장이다.
김 지사 측은 “당시 공천은 덜컥 그냥 받은 게 아니라 단식농성까지 해 가며 컷오프의 부당함을 알리면서 경선 기회를 얻어 도민의 선택을 받아 후보가 된 것”이라며 “경쟁력이 월등한 후보를 컷오프하고 대통령 캠프에 있던 황상무 후보를 단수공천한 것은 공천개입이 없는 것이고, 모든 후보에게 경선 기회를 준 것이 공천개입이란 말이냐”라고 반박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도 명씨 공천개입설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명씨는 지난 지방선거에 앞서 박 지사를 윤 대통령에게 소개해 공천을 받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씨는 2021년 8월 박완수 당시 의원을 윤 대통령 자택에 데려갔다고 말해 왔다. 또 명씨는 ‘윤핵관’이던 윤한홍 의원의 도지사 출마를 막는 등 경남지사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했다.
박 지사 측은 “당시 여론조사에서 박 지사가 월등히 높았고 이주영 전 의원 등과 치열한 경선을 거쳐 후보가 됐다”며 명씨 개입설에 대해 “허무맹랑한 주장”이라고 했다. 윤 의원도 대통령실 이전 등 정권 초 바쁜 현안 때문으로 도지사 출마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경남지역에선 차기 지방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박 지사와 윤 의원이 이미 내부 경쟁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명씨 사태의 전개 양상에 따라 경선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차염진·박소원 기자 yjch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