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리스크’에 여권 쇄신 실종
개각 시기 ‘오리무중’ … 국민과 직접 소통도 ‘감감’
여당 게시판 싸움, “휴대폰 교체 말고 뭐가 달라졌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대통령실과 여권에 불던 쇄신 바람이 잦아들고 있다. 여당에선 당원게시판을 둘러싼 내전이 한창이고, 개각 등 인적 쇄신을 서두르는 듯하던 대통령실은 ‘신중’ 모드로 돌아섰다. ‘이재명 유죄’의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감,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 후 지지층 결집으로 인한 일시적 지지율 반등에 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5박8일간의 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윤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비전을 잇따라 내놨다. 임기 후반기 진입 즈음에 새 국정기조로 내놓은 ‘양극화 해소’와 관련해 “새로운 중산층 시대를 열겠다”(22일 국가조찬기도회)고 야심차게 선언했다. 다음달 초에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관련 대책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지며 양극화 타개 행보를 이어간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 때 스스로 ‘문제’로 언급했던 개인 휴대전화를 통한 소통도 중단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 부부는 취임 전부터 사용하던 개인 휴대전화를 최근 교체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가장 큰 쇄신책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개각 및 대통령실 개편 논의에는 속도감이 붙지 않고 있다. 한국갤럽 기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17%(5~7일 조사, 전화면접,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p)까지 내려앉았던 11월 첫째주만 해도 대통령실 내에서 인적 쇄신 관련 기본 기조는 ‘속도감’이었다. 내년 예산안 통과까지는 현 내각이 책임지고 간다 하더라도 최소한 올해는 넘기지 않은 시기에 적절한 폭의 개각 발표가 있으리라는 전망이 대세였다. 윤 대통령도 7일 기자회견에서 “적절한 시기에 인사를 통한 쇄신의 면모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벌써부터 인재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에 들어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 내에선 인사 검증 때문에 민정수석실이 바쁘다는 귀띔도 있었다.
최근엔 개각 시기와 관련해선 신중 모드가 대세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민생을 위한 예산 통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행정부 출범 등 대외 일정도 함께 고려돼야 하고, 검증절차에서도 상당한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며 “시기는 좀 더 유연하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각 개편과 함께 거론됐던 대통령실 인적 개편 관련해선 소폭의 개편만 눈에 띈다. 지난 8일 한국관광공사 사장 지원을 자진철회한 강 훈 전 대통령실 정책홍보비서관에 이어 ‘음주운전’으로 논란을 빚었던 강기훈 국정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22일 사의를 표명한 것이 전부다. 이른바 ‘김건희 라인’ 관련 인적쇄신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같은 대통령실 분위기의 배경에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현실화된 점이 가장 크게 자리하고 있다. 이 대표의 15일 선거법 1심에 이어 25일 위증교사 재판에서도 유죄가 나올 경우 야권의 분열 및 위기가 가속화될 수 있고 이는 윤 대통령 등 여권에게도 자연스레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10%대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이 최근 20%대까지 다시 올라온 점도 대통령실의 긴장이 풀린 또 한가지 이유다. 최근 갤럽조사(19~21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p)에서 대구·경북(TK) 지역의 지지율은 41%를 기록하며 지난주(37%) 상승에 이어 4%p가 또 오르는 등 결집 양상을 보였다.
문제는 여전히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은 물론 각종 리스크들이 뇌관으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이 김 여사 문제를 여전히 매의 눈으로 살펴보고 있다는 점은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10%대에서 벗어나 20%를 찍은 최근 2주간의 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 이유 1위는 여전히 김 여사 문제였다.
여권의 한 전직 국회의원은 24일 “이재명 대표가 사법적 단죄를 받으면 이제 국민들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 더 매서운 기준을 들이댈 것”이라면서 “민심이 그나마 관대해진 때에 선제적으로 변화를 해야 하는데 휴대폰 교체같은 뉴스나 나오면 국민들이 대통령실이 변한다고 느끼겠느냐”고 우려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