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이재명 대표는 계속 안녕하실까

2024-11-26 13:00:04 게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큰 정치적 고비를 넘겼다.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지 열흘 만의 반전이다. 이 사건 외에도 아직 대장동·백현동·성남FC 뇌물·배임 의혹 등의 재판이 기다리고 있지만 ‘유죄 가능성이 가장 높다’던 사건에서 무죄를 받은 만큼 최대 위기에서 탈출했다는 평가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는 그간의 주장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선거법 1심 때와 달리 민주당이나 지지층에서는 환호일색이다. “정치판결” “사법살인”이라며 사법부를 성토하던 목소리는 사라지고 “사법정의가 실현됐다”고 입을 모은다. 반면 여권에서는 예상밖 결론이 나오자 아쉬움을 감추지 않는다. 사법부에 목을 매고 있는 2024년 대한민국 정치의 민낯이다.

향후 재판결과 따라 호남과 중도층 여론 출렁일 수도

선거법 판결과 엇갈린 위증교사 판결 이후 정치권 안팎에서는 향후 재판 추이를 놓고 수읽기에 분주하다. 사법부는 법리대로 판단했다고 하지만 이면의 의도에 대한 여러가지 해석이 나온다. 열흘 전 선거법 재판에서 중형을 판결해 이후 재판부가 수위조절을 할 여지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그중 하나다. 어쨌거나 지금 키를 잡고 있는 것은 사법부인 것 같다. 차기 대선 유력주자를 사법부 입맛대로 순치시킬 무기를 가진 셈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측도 재판전략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무조건 ‘모르쇠’로 일관했다가 중형을 선고받은 선거법 재판을 반면교사 삼아 향후 재판에서는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것을 검토했다는 후문이다. 말하자면 사법부 눈높이 맞추기다.

위증교사 1심 무죄판결로 이 대표의 당내 입지는 더 단단해질 전망이다. 선거법 판결 후 당내 일각에서 제기됐던 ‘플랜B’도 쑥 들어가게 생겼다. 남은 사건 재판 결과가 또 다른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지만 설사 더한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이재명 중심의 현재 민주당 질서가 무너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변수가 있다. 우선 하나는 선거법 2심 재판이다. 대장동 등 사건은 병합돼 1심 선고 자체가 길어질 전망이지만 선거법 2심은 ‘3개월 내 마무리하라’는 가이드라인이 있다. 게다가 조희대 대법원장도 “공직선거법 관련 판결을 빨리 진행하라”고 엄명한 바 있다. 그런 만큼 2심 재판을 마냥 늦췄다가는 ‘정치재판’이라는 비판을 받기 십상이다. 만약 차기 대선이 본격화하기 전에 2심 판결이 나온다면 정치판은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1심 형량이 워낙 무거워 2심에서 경감을 받아도 여전히 의원직 상실형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이 대표 지지율 변화추이다. 그중에서도 호남과 중도층의 지지율 추이가 특히 지켜봐야 할 지점이다. 민주당의 지역기반인 호남은 당내 여론의 방향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중도는 본선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요소라는 점에서다.

현재 호남 지지율은 이 대표에게 상대적으로 냉담한 편이다. 한국갤럽 정례조사에서 호남의 민주당 지지율은 이 대표의 선거법 1심 판결 전(11월 12~14일 조사) 48%에서 판결 후(11월 19~21일 조사) 49%로 별 변화가 없었지만 역시 50% 안쪽이었다. 문재인정부 시절의 70% 안팎 지지율과 비교된다. 중도층 기류는 더 차갑다.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율은 선거법 1심 재판 전 34%에서 재판 후 31%로 내려앉았다.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서 호남과 중도층이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와 윤 대통령에 대한 불신은 별개

재판 생중계까지 주장하며 실형을 기대했던 용산과 여당은 당황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런데 여권이 정말 이재명의 위기가 윤석열의 기회가 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이 대표 선거법 1심 재판 전후 한국갤럽 조사의 윤 대통령 지지도(20%)는 변화가 없었다. 중도층으로 국한하면 재판 전 12%였던 긍정평가는 재판 후 11%로 더 떨어졌다. 부정평가 역시 79%에서 80%로 올랐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와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전혀 다른 범주라는 얘기다.

여권은 이 대표의 다른 사건 재판에서 중형을 기대하겠지만 그것이 오히려 정권에 부메랑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이 대표에 대한 사법부의 엄격한 판단은 “윤석열 김건희는 왜 면죄부를 주느냐”라는 형평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건 당분간 계속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여권의 윤석열 김건희 리스크로 2025년 한국정치도 예측불허 상황이 됐다. 여야의 극한대립과 정치리더십 붕괴 속에 아무런 보호막 없이 경기침체의 된서리를 맞을 서민들의 삶만 더 고달프게 생겼다.

남봉우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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