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며 읽기, <소년이 온다>를 읽고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1)
2024년 10월의 가장 큰 화두는 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다. 우리나라의 두 번째 노벨상 수상이며, 우리나라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이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에 여러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양한 관점에서 그녀의 작품이 재해석될 것이고 문학뿐만 아닌 다양한 영역에서 이야기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품을 손쉽게, 원문으로 읽을 수 있는 절호의 시대, 절호의 시간에 놓여있다.
이러한 더할 나위 없는 시기를 우리는 만끽하여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한강의 소설을 제대로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어려울 것 같은 이 소설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 그 방법은 기억하며 읽는 것, 바로 ‘기억하며 읽기’이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를 치르지 못해,
당신을 보았던 내 눈이 사원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목소리를 들었던 내 귀가 사원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숨을 들이마신 허파가 사원이 되었습니다.2)
소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일까지 전라남도 광주와 그 인근 지역에서 일어난 5.18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소설에선 군부독재에 항거한 시민들의 처참한 희생의 모습이 드러난다.
현재 우리는 이 사회의 민주주의가 잘 이루어져 있는 이유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우리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과거 사람들의 눈물과 희생 덕분이었으며 우리는 그것을 알고 나누고 기억해야 한다.
‘저건 광주잖아.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덧나고 폭발하고 피투성이로 재건되었다.3)
역사는 반복된다. 그리고 반복되는 역사에 올바로 대응하려면 우리는 기억하며 읽기를 하여야 한다. 책을 읽고 그 당시를 생각하고 그들을 체감하고 기억해야 한다.
엄마아, 저기 밝은 데는 꽃도 많이 폈네. 왜 캄캄한 데로 가아, 저쪽으로 가, 꽃 핀 쪽으로.
1)스웨덴 한림원
2)<소년이 온다> 한강, 창비, 100p
3) <소년이 온다> 한강, 창비, 207p
4)<소년이 온다> 한강, 창비, 192p
소설 <소년이 온다>는 우리의 암울한 역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가 그 시대를, 그들을 기억하고 있다면 이 소설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소설을 깊이 이해함을 통해 우리는 밝음에 대해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둠을 밝음으로 전환하려면 그 시대를, 그들을 기억하며 읽어야 한다.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목동교육센터
부원장 강춘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