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행동

기후행동 필수수단으로 떠오른 탄소시장

2024-11-27 13:00:09 게재

탄소시장이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한을 탄소배출권이라는 도구로 상품화해 거래하는 특수한 시장을 의미한다. 탄소시장이 출현한 배경에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 체결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유도하는 정책수단인 탄소가격제, 즉 정부 규정 또는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온실가스 배출비용을 배출자에게 부과하기 위해서다.

탄소가격제는 탄소세, 탄소배출권거래제, 탄소국경조정제도, 탄소크레딧 메커니즘 등 다양한 행태를 가지며 대부분 정부 주도로 시행되고 있다. 세계은행의 ‘탄소가격제 현황과 추세 2024’에 따르면 2024년 5월 기준 전세계 75개의 탄소가격제도가 있으며 전체 탄소 감축량의 24%를 커버하고 있다고 한다.

탄소세란 화석연료 사용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배출원에 배출량만큼 일정액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로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활동을 하는 개인이나 기업에 부과하는 ‘피구비안 세금’의 일종이다. 성공적으로 작동하면 획기적인 화석연료 사용 감축을 유도할 수 있으나 아직 많은 국가가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업과 소비자에게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9년 한 보고서에서 지구기온 상승을 2℃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전세계 평균 탄소세가 톤당 75달러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당시 전세계 평균 탄소세는 톤당 2달러 정도였다. 만약 75달러가 되면 포스코는 약 6조원의 탄소세 납부 의무가 발생한다고 한다.

탄소국경제도, 새로운 통상질서로 부각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국가 총배출량을 정하고 이를 온실가스 배출자에게 배출권으로 할당해 각자 배출권이 남거나 부족한 경우 서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므로 기업들이 잘 활용하면 배출량 감축뿐만 아니라 추가 이익 창출도 가능하다. 다만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강화, 무상 할당량 비율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배출권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탄소국경조정제(CBAM)는 탄소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탄소비용을 부과해 국가 간 탄소배출량 감축 노력 차이를 보정하기 위한 무역조치다. 유럽연합(EU)은 2023년 5월 CBAM 입법안을 최종 승인했다. EU CBAM은 일정 과도기간을 거쳐 2026년 본격 시행될 계획이며 영국도 2027년 도입을 발표했다. 미국도 이와 유사한 제도 도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트럼프 재선으로 미국판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신통상 질서로 부상하고 있다.

EU를 중심으로 하는 기후위기 대응 선도국의 주도와 브라질 인도 튀르키예 등 중산층 국가들의 탄소가격제 신규 참여를 고려해도 지난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발표한 탄소가격제도로 2030까지 글로벌 배출량의 60%를 커버한다는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자발적 탄소시장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의 수단 중 하나로 관심을 받고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이란 개인 기업 비영리단체 등 다양한 참여자가 탄소크레딧을 거래하는 민간 탄소시장이다. 정부나 규제기관의 직접 감독이 없는 시장 중심의 자율구조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2030년에 2020년 대비 15배 성장해 시장 규모가 약 65조원에 달하고 2050년까지 100배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현재 배출권 품질과 그린워싱 이슈 등 논란이 불거지며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다.

규제적 또는 자발적 탄소시장의 확산이 예상보다 더딘 이유는 탄소시장이 이상기후와 기후변화를 제한하고 배출량 감축에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아직 제한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탄소시장 규모는 지속 확대되며 2035년까지 탄소크레딧 가격은 급속도로 상승해 125달러에 이르고 이후에도 계속 비싸질 것이라는 전문기관의 분석이 우세하다. 시행 과정에서 나타난 단점을 보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국제기준이 자리를 잡게 되면 탄소는 새로운 상품이 될 것이며 빠르고 영향력있는 기후행동의 필수수단이 될 것이라고 한다.

탄소금융 조달할 중요한 도구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위기가 아니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후변화가 일상이 되는 기후재앙은 이미 시작되었다.

파리협정 달성을 위해서는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하다. 국제기구와 국가들의 대규모 재원 확보가 한계에 봉착한 상황에서 탄소시장은 탄소금융을 조달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이며 탈탄소 전략의 핵심이 될 수 있다. 모든 이해관계자의 결단과 과감한 실행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승국

한양대 대우교수

에너지자원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