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신용대출 증가 추세…코인투자 영향?

2024-11-27 13:00:03 게재

은행·2금융권 모두 늘어 … 당국, 증가 원인 파악 나서

은행권이 연말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가계대출 증가 추세가 꺾인 가운데 신용대출 규모는 늘고 있어서 금융당국이 증가 원인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2금융권을 중심으로 대출이 늘면서 생활에 필요한 긴급자금을 빌린 것인지, 코인투자를 위한 ‘빚투’인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27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권의 11월 가계대출 증가액이 전월 대비 줄어들었지만 2금융권 뿐만 아니라 은행권에서도 신용대출은 늘고 있다”며 “증가된 자금이 어떤 성격인지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하반기 들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폭이 커지면서 적극적인 관리에 나섰다. 9월부터 강화된 대출규제인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시행되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축소됐다.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을 보면 6월 4조2000억원, 7월 5조2000억원에서 8월 9조7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규제 강화 영향으로 9월 5조3000억원으로 줄었지만 10월 2금융권 대출이 늘면서 6조6000억원으로 증가폭이 다시 커졌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9월 6조8000억원에서 5조5000억원으로 축소됐지만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1조1000억원 증가했다. 11월 대출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2금융권 대출이 늘고 있기는 하지만, 대출을 옥죄는 방식의 추가 조치는 당분간 취하지 않을 예정이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2금융권에 대한 대출까지 조일 경우 급전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에 대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만 최근 코인 투자로 자금이 몰리면서 신용대출 시장을 자극하는 수요로 작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7일 오전 7시 기준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하루 거래 규모는 18조2165억원으로 나타났다. 업비트가 14조5789억원으로 가장 많고 빗썸(3조4224억원), 코인원(2109억원), 코빗(876억원), 고팍스 (43억원) 순이다. 올해 상반기 일평균 거래규모가 6조원인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용대출 증가 원인으로 코인 투자 영향 등을 추측해볼 수 있지만 자금에 꼬리표가 붙은 게 아니라서 실질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며 “2금융권의 대출을 억제하면 정말 꼭 필요한 사람조차도 대출을 못받 게 될 수 있어서 신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은행권의 가계대출 규모를 월별·분기별로 보면서 증가 추세를 관리하고 있다. 은행들이 월별·분기별 목표치를 설정해 제출하면 목표대로 이행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방침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내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2금융권은 이보다는 약한 수준의 관리 체제로 자체 목표치를 정해서 이행하고 있다. 당국은 11월에는 2금융권이 스스로 정한 목표치에 근접한 수준으로 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은행의 목표치는 강한 수준의 약속이고 2금융권은 보다 유연하게 목표치를 관리하고 있다.

2금융권은 지난해 가계대출이 6조원 감소했고, 올해는 10월까지 27조원 줄었다. 조달금리 상승과 연체율이 늘면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 영향이다. 하지만 은행권의 대출문이 좁아진 상황에서 저축은행 등이 대출 영업에 다시 나서기 시작했고, 2금융권의 대출 증가 추세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2금융권도 은행과 마찬가지로 가계대출 경영계획을 제출받아 관리를 보다 강화할 계획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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